7시 아침이다. 어제 도서관 앞에서 찍은 사진을 이전 사진과 비교해 보니 나무가 많이 쓸쓸해진 모습인 걸 알 수 있었다. 가을의 사랑을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며 기다려준 것인지 겨울은 이별하던 밤, 가을의 어깨를 토닥이며 조금 뒤늦게 나타나 주었다. "가야지, 돌아가야지."
그렇게 계절이 바뀌었다.
분홍 꽃잎이 있던 자리에 노랑 단풍잎이.
지난 글쓰기 수업에서 시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시를 처음 써 본 것이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에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숙제로 썼던「낙엽」을 떠올렸다. 그 후로 이번 수업 전까지 시를 쓴 경험은 아마 몇 번은 더 있겠지만 기억에는 없는 것 같다.
숙제를 받고 무엇으로 시를 쓸까 고민하며 찾던 아홉 살 내 시선이 어디에서 머물렀었는지 그 장면이 기억이 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쯤 되었던 것 같고, 가로수로부터 낙하하는 한 두 잎의 낙엽과, 이미 떨어진 낙엽들이 인도와 도로면 사이 단차에서 쓰레기처럼 구르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떨어지는 낙엽 내가 바람이 된다면 같이 놀아줄 텐데
전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시는 이런 내용으로 지었다. 차가운 바닥을 나뒹구는 낙엽을 나는 불쌍하게, 쓸쓸하게 봤다. 바람이 되어 그것들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게 나무와 바닥 사이의 공간에서 날아다닐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이번 가을에는 단풍과 낙엽을 실컷 봤다. 그런데 그동안 낙엽을 봐도 아홉 살 때와 같은 예쁜 의지가 깃든 마음이 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낙엽... 나는 어른이 되어버렸나 보다. 그토록 바라던 어른이. 낙엽처럼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