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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탐나는 이웃 텃밭

by 데이지

꽃사다리 독서모임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일 년간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선정하고 매달 정해진 책을 읽고 서로 소감을 나눕니다.

벌써 6월, 올해 여섯 번째 독서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이달 독서모임의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 '인간실격'입니다. 읽는 내내 작가이자 주인공에게 진실한 보살핌이나 믿음을 주는 그 어떤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 슬프고, 안타깝고, 그렇게 밖에 살 수 없었던 요조가 답답해 책을 몇 번이나 던져두었다가 다시 읽곤 했습니다.

순수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요조가 현실에 적응을 못하고 나락으로 빠져들어 결국 인간실격자라 말하며, 종례에는 본인의 의지를 보여주듯 삶을 마감합니다. 요조는 타인으로부터 인간실격자로 보이는 시선이 두려워 스스로가 인간실격이라고 말한 것은 아닐까요?

이 달의 책은 두 시간 독서모임 동안 소감을 나누고 나서도 무겁고 어두운 여운이 남습니다.


상반기 마무리로 다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파스타와 피자로 또 다른 마음을 나눈 샘이지요. 식사가 끝나고 바쁜 사람들은 먼저 일어서고 남은 이들은 눈꽃쌤의 텃밭으로 소풍을 갔습니다.


텃밭에는 상추, 부추, 쑥갓, 깻잎, 아욱, 배추, 대파, 열무, 도라지, 더덕, 토마토, 블루베리 등 시장보다 더 다양합니다. 주변에는 비파나무, 살구나무, 매실나무, 앵두나무, 귤나무, 감나무, 뽕나무 등 과실수도 많습니다. 예쁘게 지은 집과 잔디가 정돈된 마당도 참 좋았습니다.


텃밭은 눈꽃쌤 아버님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정성 들인 텃밭에서 상추와 쑥갓과 깻잎을 원하는 만큼, 먹을 만큼 내어 주셨습니다. 야채도 내어주시고 블루베리도 내어주셔서 숟가락으로 퍼 먹으며 잠시 쉬기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향 가득한 깻잎과 상추는 겉절이와 샐러드를 만들고, 쑥갓은 데쳐내어 두부를 넣고 무쳤더니 향이 가득합니다. 김치와 받아온 선물에 고등어 한 조각을 구워 차린 저녁상은 행복입니다. 먹는 내내 입안 가득 신선한 향이 감돌고 햇볕을 가득 머금어 건강한 밥상으로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날마다 받는 밥상일 수도 있겠지만, 정성 가득한 텃밭에서 한 끼 먹을 만큼 야채를 뜯고 씻어서 차린 밥상을 요조와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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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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