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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둘 더하기 하나는?

by 데이지

김밥 세 줄, 바나나 세 개, 방울토마토 세 봉지.

여느 날과 다르게 이번엔 둘 더하기 하나입니다. 둘이 걷던 올레길에 새로운 멤버가 생겨 셋이 되었습니다.

둘이나 셋이어도 아침은 차 안에서 김밥을 먹습니다. 새 친구가 아침으로 떡을 먹고 왔다면서도 건넨 김밥을 맛있게 먹어주어 아주 흡족합니다.


제주 올레길은 해안 절경을 보며 걷는 코스로 누구나 좋아하는 7코스입니다.

반이 넘는 올레길을 걸으며 아껴두었던 코스였는데, 새 친구가 올레길에 처음 입문한다기에 숨겨두었던 보물을 꺼내놓는 심정으로 걸으려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새 친구가 감동하겠지요.

하하하 진실을 말하자면, 올레길 시작은 코스를 역으로 21코스부터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1코스부터 다시 시작해 6코스까지 걸었으니, 이번에 걸어야 하는 코스가 7코스입니다. 새 친구가 때를 잘 맞춘 거지요. 길이도 적당합니다.

코스도 마음에 들고, 가는 동안 보게 될 여름 숲 516도로의 싱그러운 잎과 녹음이 짙은 푸르름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여름더위는 무섭게 싫지만, 짙은 초록의 숲은 환상입니다. 숲의 푸르름에 고갯짓을 하다 보니 벌써 올레길 7코스 시작점에 도착했습니다.


출발 전 준비는 언제나 같습니다. 간단히 몸을 풀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올레길 시작점 간세에서 올레수첩에 도장을 찍고, 인증 사진까지 찍으면 됩니다.

올레길 7코스는 제주 올레여행자센터에서 시작해 서귀포터미널 앞까지 코스로 길이는 12.9km이며,

가볍게 산책하기 좋고 파크골프장도 있는 칠십리시공원,

세 개의 봉우리가 매화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삼매봉 오름길과 삼매봉 팔각정,

동너븐덕이라고 불리는 바다 끝 절벽으로 자연의 선물 같은 폭풍의 언덕,

환상의 절벽과 옥빛 바다에 20m가 넘는 바위가 외롭게 우뚝 솟아 있다고 해서 외돌개는 고석포, 장군석, 할바우라고도 불리지만, 내 눈엔 라바의 노랑이처럼 보이는 외돌개와 전망대,

기암절벽에 상록수가 울창한 돔베낭길,

차가운 용천수와 바다가 만나는 곳, 높은 절벽과 바다가 함께하는 곳, 여름철에만 용천수에 발 담그며 배숙을 먹을 수 있는 오션뷰 맛집 속골,

올레꾼들이 좋아하고 아낀다는 자연생태길 수봉로,

일출이 장관인 일냉이 해안과 용천수가 솟아 바닷물과 만나는 공물,

맛집과 태풍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며 중계방송 성지가 된 법환포구,

범섬까지 뗏목을 이었다는 배-연-줄-이라 불리는 배염줄이,

중간 스탬프가 있고, 범섬, 섶섬, 문섬이 보이고 일몰이 아름다 두머니물 공원,

법환 초등학교,

온 가족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월드컵경기장 광장으로 이어진 올레길입니다.

새 친구와 셋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며 옥빛 바다에 홀려 멈추고, 기암절벽의 화려함에 또 멈추고, 올레 길목에서 만난 예쁜 카페의 유혹을 뿌리치느라 멈추고, 산딸기를 따 먹는 재미에 또또 멈추고, 이름 모를 작은 꽃들에게 눈길을 빼앗기며 와우 소리를 하다 보니 종점 간세 앞입니다.

시작점, 중간지점, 종점 간세 앞에서 올레수첩에 스탬프를 찍고 인증 사진을 남기는 동안, 올레수첩 대신에 앱 다운로드하여 큐알코드로 인증하는 새 친구 덕분에 신문물을 영접합니다.

완주한 올레길 목록에 7코스를 추가하니 뿌듯합니다. 이 코스는 다시 걷고 싶은 올레길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맛을 꼭 느껴보고 싶은 길입니다. 올레길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알게 하는 코스였습니다.

그리고 셋이 걸어 더 좋았다고 해야겠지요.


자연은 아낌없이 내어주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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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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