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날
새벽 4시 기상, 첫 비행기를 타려고 하니 새벽부터 분주합니다. 딸은 아침을 먹어야 하고 우리는 물 한 모금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딸은 스스로 간단하게 토마토와 구운 달걀을 챙겨 먹습니다.
함께 육지에 가지만, 딸은 병원 진료가 예약되어 있고 나와 남편은 건강검진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첫 비행기는 출발지가 제주여서 연착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시간에 출발한 비행기는 김포공항에 도착했고, 지하철 급행 9호선을 탔습니다. 함께 타고 출발하지만 도착지는 다릅니다. 우리가 먼저 내리고 딸은 좀 더 가서 내려야 합니다. 각자 일을 보고 다시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딸 혼자 이동하는 것이 걱정스럽지 않습니다. 복학하면서 혼자 생활에 많이 익숙해져서 그런가 봅니다. 그래도 주위를 잘 살피며 다니라는 잔소리는 빼먹지 않았습니다.
우린 건강검진 센터에 도착해 순서에 따라 검진을 받고 다시 공항으로 갔습니다. 딸은 병원에 예약시간 보다 일찍 도착해서 진료도 일찍 받고 먹고 싶다던 토스트와 로또복권 명당까지 찾아 볼일을 보고 왔다고 합니다.
공항에 올 때면 항상 들리는 곳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모자가게와 보세옷 가게에 들러 딸 여름 청바지를 하나 골랐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통이 넓고 얇은 재질입니다.
어느 날은 모자를 또 어느 날은 옷을 사들고 오는 길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딸이 다친 이후로 병원을 수없이 다니면서 오는 길에 들린 이곳이 작은 기쁨이었습니다. 치료가 호전되면 좋아서, 힘들면 기분전환하러 들렸고, 운동을 하려고 필요한 모자를 사거나 복학해서 입으려고 옷을 사기도 했습니다. 굳이 오늘은 이유를 따지자면 혼자 진료를 보고 온 기념이라고 할까요?
이제는 딸에게 한시름 놓을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한 날입니다. 행복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은 또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