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예산 뽑아먹기
대학을 다니다 보면 의외로 도서관에 돈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니는 곳은 시험 기간이 되면 도서관에서 응원이라고 먹을 것도 주고 설문조사하면 문화상품권이나 환급 장학금 같은 돈으로 돌려주기도 한다. 또 소소한 공모전이나 대회도 종종 열려서 상금을 확인해 보니 최대 5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대회도 있었다. 나도 도서관에 다니면서 돈을 좀 벌었는데 오늘을 책과 관련된 얘기 말고 그 얘기를 해볼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돈을 좋아한다. 소비도 좋아하지만 돈을 모으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냥 게임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매달 초에 용돈을 받는데 그 돈을 차곡차곡 모으면서 이번달 잔고는 얼마 위로 유지하겠어!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돈을 모은다. 그런 나에게 도서관 행사는 돈을 아끼게 해 주거나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는 일상의 작은 도파민 같은 존재다.
도서관에 다니면서 돈을 벌었던 첫 번째 행사는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온라인 자료를 얻을 수 있는 매체를 둘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 됐다. 사실 나에게 그런 건 중요치 않았고 도서관 입구에 엄청 큰 현수막으로 1등에게는 애어맥스를 주고 2등에게는 애플워치를 주고 이런 식으로 써 둔 걸 봐서 마음이 혹했다. 저거 외에도 에어팟, 중가형 헤드폰 문화상품권 등등 상품이 많아서 열심히 하면 뭐라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당첨! 당첨! (영차 영차 리듬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나는 갤럭시 유저라서 애플 제품은 쓰지 않지만 당첨되면 중고로 팔아야지~ 절반 값에만 팔아도 돈이 얼마야~ 하면서 되게 즐거워했다.
애플 제품은 당첨되지 않았는데 스타벅스 2만 원 쿠폰과 중가형 헤드폰을 받았다. 2만 원 쿠폰은 가족들이랑 잘 썼고 중가형 헤드폰은 중고로 팔았다. 시세가 워낙 들쭉날쭉 해서 내가 찾았을 때는 5만 원 정도라 3만 원에 팔으려고 했는데 아빠가 8만 원에 팔아 주셨다. 도합 10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
도서관에 다니면서 돈을 벌었던 또 다른 일화는 영어 말하기 대회였다. 도서관 불레틴 보드를 자주 보는 편인데 거기에 영어 말하기 대회 상금이 최대 50만 원이라는 글을 봤다. 50만 원 넌 내 거야! 하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쓰고 교양 영어 원어민 교수님에게 가서 첨삭도 받고 발음 교정도 받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결승도 가서 입상도 했다. 사실 난 내가 우수상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장려상을 받았고 대상은 내 기준 되게 별로였던 남학생이 받았다. 그래서 50만 원은 못 받았지만 5만 원을 받았다. 우리 가족은 내가 장려상을 받아 5만 원을 벌었다는 사실에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그냥 나 혼자 5만 원의 즐거움을 누리기로 해서 지난 연말에 교보문고에서 5만 원을 다 써버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도서관에 다니면서 남들이 못 받을 돈을 받아냈다. 비단 대학교 도서관뿐만 아니라 동네에 있는 도서관에 가도 매일 8 천보씩 걸어서 받는 보상을 받으니 돈을 벌고 있다고 표현할 수 도 있다. 직접적으로 돈을 주는 건 아니어도 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는 것도 돈을 아끼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니 그냥 긍정적 사고로 도서관에 다니고 있다. 다음학기에도 도서관 돈을 받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다녀야지 생각한다.
Ps. 원래 브런치 표지에 올리는 사진은 주로 핀터레스트나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여 오는데 오늘 표지는 적절한 게 없어 인공지능을 사용해 만들어 보았다. 그림 그릴 때는 뤼튼 ai를 주로 사용하는데 Chat Gpt도 그림을 그려줄 수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돼서 오늘은 Gpt가 그려준 그림으로 표지를 넣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