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에 선을 긋지 말아 주세요.
둘째는 이것저것 사달라는 게 많다. 딱히 필요해 보이지 않는 물건(내가 보기에)인데도 사달라고 하며 꼭 필요하다고 한다. 어디에 쓸 거냐고 물어보면 이유는 많다. 엄마가 매번 "왜 이게 필요하지?" 하며 묻다 보니 물어보면 대답은 잘한다.
둘 째는 끄적이고 만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아이의 취향을 알기에 낭비가 아닌 선에서 고민 후 결정을 해 주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파트 앞 큰 건물 지하 1층에는 알파문고가 있다. 동네 아이들의 최애 장소다. 자주 가는 아이는 매일 들락날락하기도 한다. 알파문고는 여러 가지 팬시들을 팔기도 하지만 한쪽 귀퉁이에는 아이를 유혹하는 천 원짜리 각종 신기한 물건들이 아이를 유혹한다. 새로 나온 신박한 아이템을 볼 테면 어른인 나도 참 재미있다. 그 코너에서 구매하려면 엄마를 많이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구경만 대강하고 지나치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문방구 안쪽 깊숙이 들어가면 또 새로운 공간이 나타난다. 각종 만들기와 미술재료가 가득하다. 이렇게 다양한 미술재료를 누가 사갈까 궁금했던 적도 있었다. 궁금증의 답을 알게 된 건 같은 건물 8층에 입시 미술학원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딸은 석고 가루, 색모래 가루, 각종 붓, 다양한 물감, 만들기 기초 재료 등 구경을 30분쯤 한다.
같이 쫓아다니다가 열불이 나기 시작한다. 엄마 다리 아프다고 얼른 고르고 가자고 했다.
그러면 돌아오는 말.
"엄마가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안돼 하니까, 내가 어떻게 골라!"
하며 입을 삐죽 내민다.
하긴 딸의 말이 맞다.
이건 너무 비싸서 안되고, 이런 건 왜 사냐고 안되고...
나는 마음속으로 뭔가 정해 놓은 걸까?
매번 왜 아이가 골라오는 것을 안된다고 할까?
미술재료 코너에는 하얀색 가면 만들기 재료가 있었다. 얼굴 전체 가면과 안경 형태의 가면이 있다.
아이는 그게 갖고 싶다고 한다. 낱개씩 파는 게 아닌 한 뭉치에 6~7개가 묶어서 팔고 있다. 가격도 8천 원 정도 했다. 1개만 있으면 될 텐데 많이 묶어 팔아서 못 사줄 것 같다고 했다.
"가면 이렇게 많이 사서 뭐하게?"
"우리 가족 나눠서 만들기 하지. 엄마, 우리 이번 주 캠핑 때 가면 만들기 같이 하자"
생각해보니, 아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면 될 텐데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몇 번의 줄다리기 끝에 아이에게 설득당하고 가면을 사서 집으로 왔다.
그 주 캠핑 때는 둘째의 설렘 가득한 가면 만들기와 꾸미기 재료를 챙겨 캠핑장으로 떠났다.
한 여름 무더웠던 그날의 캠핑.
네 가족 그늘에 모여 개성이 담긴 가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면 만들기 HOW TO]
1. 종이 가면을 살펴보며 어떻게 꾸밀까 구상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눠 본다. 이야기 나눔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듣고 생각을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2. 구상이 끝났다면 이제! 자연물을 찾으러 떠난다. (꽃은 꺽지 말고, 웬만하면 떨어진 꽃을 사용한다.)
3. 찾아온 자연물과 다양한 재료로 꾸미고 개성이 담아 꾸며 본다.
4. 서로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 어떤 스타일의 가면을 만들고 있는지 이야기를 꾸준히 이야기 나눠 본다.
5. 줄을 매달아 전시한다.
6. 역할놀이 및 가면무도회 놀이 등 각 가정에 맞게 놀이한다.
[전자책으로 출간했던 '만만한 캠핑놀이'에서 발췌]
자연물을 채워 만들어진 가면도 탄생했다.
각각 다른 생김새만큼이나, 가면도 그랬다.
자연물을 가득 붙인 아빠, 분홍 자연물을 겨우 찾아 붙인 딸, 용맹스러움을 나타낸 아들, 무난한 성격만큼 특징 없는 내 가면. 각자 만든 가면을 쓰고 아름다운 여왕이 되기도 하고, 멋진 무사가 되어 보기도 했다.
그날의 경험을 아이는 오래 기억하며 또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제는 엄마가 안된다고 안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