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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Jan 15. 2024

멀리 보며, 다시금 써보자


3개월여 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한 계절이 지나간 셈이다. 한창 읽고 쓰는 삶에 빠져 있던 시절에는 조금이라도 글을 쓰지 않는 하루는 못내 아쉽고 아까웠다. 그러나 하루하루 아슬아슬 버텨내야만 하는 삶이 지속되다 보니 단 몇 분이라도 책과 글에 할애할 시간이 확보되는 때가 그래도 살만한 때라는 걸 깨닫게 됐다.



급격한 변화들이 있었다. 둘째 아기가 태어났고, 큰 프로젝트 2개가 주어졌다. 그 외에도 갑자기 떠밀려오는 업무들과 그 사이에서 조율해야만 하는 나. 스트레스가 많았다. '리더는 욕먹는 자리'라 옆에서 누군가 조언해 줬지만 감당하기 버거웠다.



집에 와서도 업무가 이어져서 일과 쉼의 균형이 깨어졌다. 하루종일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잠시라도 내가 아기를 안고 돌보며 숨 돌릴 틈을 줘야 했지만 파김치가 되어 늦게 들어온 날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신경 써야 할 여러 일들과 부장님과의 묘한 갈등, 대표님의 불같은 호통으로 인해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됐고,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몸과 마음의 피로가 누적되니  책과 글은 커녕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오랜만에 다시 들어온 브런치, 한창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 댓글로 교류하던 몇몇 작가님들은 여전히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었다. 책과 글에서 한창 멀어진 삶을 사는 나. 물론 하루하루가 버겁고 끝도 없이 밀려오는 일을 쳐내느라 바빴지만 다시 나를 돌아본다. 외부적인 요인도 요인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당장 내가 책 출간을 위한 글을 쓰기가 어렵다는 걸 생각하니 더욱 글쓰기가 소원해진 게 아닌가 싶다.



그리하여 소중한 걸 기록하고, 작은 깨달음을 정리하고, 좋은 책의 내용과 함께 생각의 얼레를 풀어가는 그 자체로 충만함을 느꼈던 때로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 책 출간은 하나의 꿈이나 그건 멀리 보기로. 일단 지금 계속 쓰고 있지 않으면 남아 있는 게 없고 발전할 수 없다. 지금 당장 나만의 주제나 완성도 있는 글을 못 쓰더라도 30대, 40대 꾸준히 쓰면 비교적 여유가 있을 50대 60대에는 그동안 써온 걸 활용하여 뭐라도 엮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어제 집에 잠깐 들렀다간 부모님을 보면서다. 지금 6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부모님은 각자의 일을 하면서 쉬는 날엔 여행도 다니고, 한결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본인들도 지금 이 시기가 평온하고 무탈한 때라고 얘기한다. 그런 부모님을 보며 '참 부럽다'고 얘기하니 "나중에 다 이런 때가 오니까 바쁠 땐 바쁜 대로 감사하게 살거라" 대답하신다.



그래서 멀리 보기로 했다. 책으로 엮어낼 만한 글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 추억과 깨달음, 새로운 경험과 배움들을 꾸준히 글로 쓰자고. 바쁘면 바쁜 대로 조금 모자라고 스스로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일단 써보자고.



이런 다짐을 하며 브런치에 한창 글을 쓰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글이 날아가버렸다. 휴대폰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서 글을 쓰면 가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데, 하필 모처럼 오랜만에 글을 쓸 때 이런 날라감이 발생하다니. 번뇌하며 시험에 들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꼭 써내겠다는 일념으로 시간을 쪼개 다시 써 내려간다. (앞으론 무조건 삼성노트에 먼저 쓰고 붙여 넣겠다고 결심하며..)



벌써 몇 번째 다짐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글 쓰는 정체성을 회복하여 글 쓰는 '이레'로 살아가기를, 글쓰기 자체에 소소한 충만함을 느끼며 꾸준히 뭐라도 쓰자고 마음 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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