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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Feb 01. 2024

뽀로로 소시지


어머니는 종종 뽀로로 두부봉 소시지를 사 오신다. 이 소시지만큼은 먹어도 속이 편하다며 손녀에게 주라 하신다. 어머니가 이 소시지를 드시기 시작한 건 아이 돌봄 일을 하시면서 부터다. 아이 봄을 하다 보면 시간이 애매하게 빌 때가 있는데 그때 이 소시지를 간식으로 드셨다 했다.


그러나 나는 기억한다. 어머니가 일을 시작하실 때 힘들었던 우리 집의  상황을. 재판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어머니는 이른 새벽, 그리고 늦은 밤에도 일을 해야 했다.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어느 날 밤. 샌드위치 하나로 저녁을 때운 까닭에 허기가 진 나는 냉장고를 연다. 그리고 어머니가 사 온 소시지를 꺼내, 한 입 베어문다. 문득 차 안에서 소시지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을 어머니를 떠올려본다. 일반 소시지와는 다른 약간은 밋밋한 맛의 소시지. 그러나 이 소시지를 먹으며 견뎌야 했을 어머니의 시간은 짜고 진했을 것이다. 늦은 밤, 어머니를 생각하며 입 안의 소시지를 천천히 씹어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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