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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Feb 16. 2024

많이 아는 아빠보다 많이 안아주는 아빠


'하이'야 안녕, 아빠야. 앞으로 아빠가 만난 좋은 문장들을 너에게도 보내주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써. 아빠는 윤슬처럼 반짝이는 문장들 속에서 위로와 힘을 얻고, 그 문장들을 곱씹으며 마음을 다져오곤 했지. 아빠가 보내는 짧다란 글들이 너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



'부모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주 안아주는 사람이다' _ 김종원



어느덧 열 살이 된 너는 아직도 종종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얘기하지. 그런데 이제 너를 예전처럼 안기는 좀 힘들긴 해. 어느새  키가 쑤욱 자라 버렸거든. 그렇지만 아빠는 종종 생각해. 네가 이렇게 "아빠 안아줘"하고 손을 뻗으며 다가오는 때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걸. 이걸 기억하며 아빠는 조금 힘들어도 두 팔로 번쩍 들어서 마치 네가 몇 개월 안 된 애기인 것처럼 안아주려고 하지. 둥가둥가 하면서 말이야.



때로는 네가 조금 피곤해 보이는 아빠 눈치를 살피며 "아빠 나 안아주는 거 힘들면 그냥 꼭 포옹해 줘"라고도 하는데, 이 말도 다시 생각하니 참 고맙고 감사한 말이네. 이렇게 아빠에게 먼저 안아달라고 하고, 다가와줘서 고마워 하이야.



앞으론 네가 안아달라고 하기 전에 아빠가 슬며시 네게 다가가 안아줘야겠구나. 그래, 그래야겠어. 부모는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자주 안아주는 사람이니까. 이 말은 참 맞는 말이야.



나중에 네가 스무 살이 되고 마흔 살이 되고 네게 남은 인생을 살아갈 때, 너에게 오래 남은 걸 뭘까? 아무래도 아빠가 알려준 어떤 지식보다는, 아빠 품에 안겨있을 때 느꼈던 포근함과 따스한 마음들이겠지. 분명 그럴 거야. 그러니, 좀 더 자주 안아줘야겠다.



새벽 기차를 타고

동쪽 그 바다로

하늘은 아직

감빛에 잠겨있고

도시는 아직

꿈결 속에


수평 팔 벌린 바다

파도 끝이 없는

나 같은 건 그저

모래알 같을 텐데

잦아든 바람

나를 감싸주네


바다Ⅱ _ 정밀아



이 노래는 아빠가 홀로 제주도 우도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곡이야. 우도에 하나밖에 없는 서점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순간 시간이 잠깐 멈추는 것 같았지.



가사 속 화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지친 마음을 이끌고 바다로 갔나 봐. 그것도 감빛 새벽에 말이야. 화자에게는 넓게 펼쳐진 수평선과 잦아든 바람이 꼭 바다가 자신을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나 봐. 이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이런 풍경과 마음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더라.



너도 이제 조금 더 커서, 혼자 여행할 수 있는 때가 되면 이렇게 종종 바다를 찾아가 보렴. 나중에 아빠가 멀리 있어 널 안아주지 못할 때라도 네가 찾은 바다는 너를 너른 팔로 안아줄 수 있을 거야.



지금 아빠가 바닷가 쪽으로 외근을 와서 더 이 노래가 생각났을 수도 있겠다. 이번 주말에 너를 집에서 만나면 제일 먼저 널 꼬옥 안아줘야겠어. 네가 아빠를 기억할 때, '나를 많이 안아준 아빠'로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야. 앞에 보이는 바다가 아빠를 꼭 안아주는 것 같은, 이런 느낌을 기억하면서 너도 그렇게 안아줄게. 너를 안는 아빠에게 바다 내음새가 금은 스며있기를.



오늘도 소중하고, 감사한 하루 보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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