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야 안녕, 아빠야. 앞으로 아빠가 만난 좋은 문장들을 너에게도 보내주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써. 아빠는 윤슬처럼 반짝이는 문장들 속에서 위로와 힘을 얻고, 그 문장들을 곱씹으며 마음을 다져오곤 했지. 아빠가 보내는 짧다란 글들이 너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
'부모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주 안아주는 사람이다' _ 김종원
어느덧 열 살이 된 너는 아직도 종종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얘기하지. 그런데 이제 너를 예전처럼 안기는 좀 힘들긴 해. 어느새 네 키가 쑤욱 자라 버렸거든. 그렇지만 아빠는 종종 생각해. 네가 이렇게 "아빠 안아줘"하고 손을 뻗으며 다가오는 때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걸. 이걸 기억하며 아빠는 조금 힘들어도 두 팔로 번쩍 들어서 마치 네가 몇 개월 안 된 애기인 것처럼 안아주려고 하지. 둥가둥가 하면서 말이야.
때로는 네가 조금 피곤해 보이는 아빠 눈치를 살피며 "아빠 나 안아주는 거 힘들면 그냥 꼭 포옹해 줘"라고도 하는데, 이 말도 다시 생각하니 참 고맙고 감사한 말이네. 이렇게 아빠에게 먼저 안아달라고 하고, 다가와줘서 고마워 하이야.
앞으론 네가 안아달라고 하기 전에 아빠가 슬며시 네게 다가가 안아줘야겠구나. 그래, 그래야겠어. 부모는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자주 안아주는 사람이니까. 이 말은 참 맞는 말이야.
나중에 네가 스무 살이 되고 마흔 살이 되고 네게 남은 인생을 살아갈 때, 너에게 오래 남은 걸 뭘까? 아무래도 아빠가 알려준 어떤 지식보다는, 아빠 품에 안겨있을 때 느꼈던 포근함과 따스한 마음들이겠지. 분명 그럴 거야. 그러니, 좀 더 자주 안아줘야겠다.
새벽 기차를 타고
동쪽 그 바다로
하늘은 아직
감빛에 잠겨있고
도시는 아직
꿈결 속에
수평 팔 벌린 바다
파도 끝이 없는
나 같은 건 그저
모래알 같을 텐데
잦아든 바람
나를 감싸주네
바다Ⅱ _ 정밀아
이 노래는 아빠가 홀로 제주도 우도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곡이야. 우도에 하나밖에 없는 서점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순간 시간이 잠깐 멈추는 것 같았지.
가사 속 화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지친 마음을 이끌고 바다로 갔나 봐. 그것도 감빛 새벽에 말이야. 화자에게는 넓게 펼쳐진 수평선과 잦아든 바람이 꼭 바다가 자신을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나 봐. 이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이런 풍경과 마음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더라.
너도 이제 조금 더 커서, 혼자 여행할 수 있는 때가 되면 이렇게 종종 바다를 찾아가 보렴. 나중에 아빠가 멀리 있어 널 안아주지 못할 때라도 네가 찾은 바다는 너를 너른 팔로 안아줄 수 있을 거야.
지금 아빠가 바닷가 쪽으로 외근을 와서 더 이 노래가 생각났을 수도 있겠다. 이번 주말에 너를 집에서 만나면 제일 먼저 널 꼬옥 안아줘야겠어. 네가 아빠를 기억할 때, '나를 많이 안아준 아빠'로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야. 앞에 보이는 바다가 아빠를 꼭 안아주는 것 같은, 이런 느낌을 기억하면서 너도 그렇게 안아줄게. 너를 안는 아빠에게 바다 내음새가 조금은 스며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