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안 Mar 08. 2024

아빠는 네가 먼저야, 네가 우선이야

사랑은 '내리사랑'이니까



"동생 생기면 나 집에 안 들어올 거야. 경찰서에 가서 잘 거야!" 



하이야, 처음에 동생이 생겼다는 소식을 너에게 전했을 때 너는 이렇게 말했지. 30분 정도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야. 그런데 어느덧 동생이 태어난 지 100일이 되었네!  



아빠는 요즘 하이가 있기에 이렇게 우리 가족에 둘째 아기가 태어난 게 아닐까 싶어. 네가 어느덧 동생을 세워서 앉기도 하고, 엄마가 바쁠 때 분유도 척척 타는 걸 보면서 참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어. 오죽하면 엄마는 이런 말을 했지. "아빠 혼자 이레(둘째)를 맡기고 밖에 나가면 좀 불안한데 하이가 같이 있으면 안심이 돼"라고 말야.



실제로 엄마가 운동하러 1시간 정도 밖에 나가 있을 때 너랑 같이 동생을 돌봤잖아. 동생이 어느덧 잠에서 깨서 막 우는데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계속 우니까 정신이 없더라구. 그때 하이가 후다닥 아빠에게 쪽쪽이를 건네주고, 또 그다음 분유를 얼른 타왔지. 이때 아빠는 하이가 얼마나 든든했는지 몰라.



동생이 태어난 후에 할머니를 비롯해서 아빠의 이모들이 한결같이 해준 말이 뭐였는지 아니? 둘째보다 언제나 하이를 먼저 챙기고, 하이가 최고라고, 하이를 더 사랑한다고 얘기해 주라는 거였어. 아빠도 이런 조언들은 워낙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었지. 동생이 생기면 첫째 아이가 느끼는 상실감과 배신감(?)은 부모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육아책에서는 그러더라고. 그동안 엄마아빠의 사랑과 관심이 자기에게 집중됐는데 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게 동생에게로 향하니까 한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는 거야. 그래서 첫째 아이를 더 민감하게 챙겨주고 그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한다는 거지.



그런데 아빠도 어느 순간 보니까 동생에게 뭔가 더 시선을 두고 동생에게 많은 애정표현을 하고 있더라구. 어떻게 보면 동생이 너무나 작고 귀엽고 신기하니까 자연스러운 건지도 몰라. 한 번은 어느 날 네가 아침부터 이상하게 심통이 좀 나있고 뾰로통해하면서 학교에 갔잖아. '얘가 아침부터 왜 이러나' 했지. 그런데 그날 오후에 문득 아빠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동생에게 가서 얼굴을 부비부비하고 다리를 주물렀던 게 기억이 나는 거야. '아, 하이가 여기서 서운함을 느꼈을 수 있었겠다'라고 생각했지.



이날부터 아빠는 집에 가면 먼저 하이부터 꼭 안아주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하이에게 먼저 가서 아침인사를 하며 깨우기로 다짐했지. 하이에게 더 포커스를 두자고 굳게 마음을 먹었어.



아빠가 예전에 TV에서 션과 정혜영이라는 연예인 부부가 네 자녀를 키우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이때 이 부부도 첫째 아이가 동생을 자연스럽게 사랑할 수 있게 신경을 썼는데, 심지어 이렇게까지 하기도 했대. 둘째 아기가 배고파서 울면 바로 수유를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울도록 기다렸다는 거야. 그러다 첫째 아이가 계속 우는 아기를 보며 안쓰러워하면 "엄마가 동생 맘마를 줘도 될까?" 하고 물어본 다음에 둘째 아기에게 모유를 먹였다고 하더라. 첫째 아이가 사랑과 관심을 뺏긴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동생을 보살피고 사랑해줘야 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신경을 쓴 거지.



아빠는 네가 동생이 생긴 게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함과 섭섭한 마음도 있다는 걸 알아. 그래서 아빠는 동생이 자랄수록 더 너에게 먼저 다가가 안아주고, 다리도 주물러주고, 네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해. 아빠는 '사랑은 내리사랑이다' 라는 말을 믿고 있거든.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자연스럽게 너에게 흘려보내고 있는 것처럼, 아빠가 하이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챙겨줄수록, 너도 동생을 더 아끼고 사랑할 거라 믿어.


이제 또 새로운 아침이 밝아오는구나. 아직 곤히 자고 있는 너에게 오늘도 먼저 다가가서 굿모닝 뽀뽀를 하며 깨워야겠다. 하이야, 아빠는 네가 먼저야. 네가 아빠에게 준 소중한 순간들이 참 많기에 너에게 참 고마워. 오늘도 우리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자. 굿모닝! 좋은 아침이야*


이전 03화 후손들은 알랑가 몰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