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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Mar 03. 2024

후손들은 알랑가 몰라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하이야 엊그제는 삼일절이었고, 이제 내일이면 새 학기가 시작되는구나. 삼일절이 빨간날인 이유는 그만큼 특별해서겠지. 우리나라는 예전에 일본에 의해 나라 자체가 없어진 시절이 있었어. 지금으로는 상상이 잘 안 되지만 나라가 없어지니 일본에 의해 지배를 받으며 억압을 받게 되었지.


그렇지만 이 시대를 살던 어른들이 이대로는 안된다. 나라를 되찾아야 하고,  우리 민족이 일본에서 독립하원한다는 걸 세계에 알리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삼일운동이 일어나게 됐어. 그래서 시민들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거리로 나온 게 삼일운동이야.


하이야, 아빠는 사실 너처럼 학교를 다니면서 우리나라에 대해 특별한 생각이 없었어. 그러다가 22살 때 간 유럽배낭여행, 그리고 대학교 졸업 후 2년간의 군생활을 통해  나라에 대한 조금은 특별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생긴 것 같아.


아빠는 '영국-프랑스-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여행을 계획했어. 말로만 듣던 런던, 파리 로마와 같은 대도시들을 가본다는 게 참 기대가 됐지. 부루마블에서도 이런 도시들은 가장 비싼 라인에 있잖아. 2주 동안 참 알차게 유럽의 이런 도시들과 박물관, 책에서나 봤던 거리와 장소들을 둘러보고 왔지.


그런데 배낭여행을 마치고 공항버스를 타고 서울에 들어서는데 우리나라가 참 달라 보이는 거야. 한강과 그 뒤로 펼쳐진 야경들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또 별생각 없이 타던 지하철과 버스에도 뭔가 자부심이 느껴졌어. 런던과 파리의 지하철들보다 훨씬 쾌적하고 널찍한 서울 메트로. 촘촘한 노선 구성으로 어디든 수월하게 갈 수 있는 시내버스. 우리나라는 정말 잘 사는 나라라는 걸 체감했단다. 익숙한 곳을 떠나봐야 있던 곳의 소중함을 안다는 말. 정말 맞는 말이야. 그래서 아빠는 너도 대학생이 되면 꼭 유럽여행을 가면 좋겠다 생각했지.


그리고 군생활을 통해서는 '나라'의 소중함을 몸소 경험했단다. 입대를 하고 훈련을 받을 때, 우리나라 국군이 그동안 어떻게 나라를 지켜냈는지 교육을 받아. 이때 '우리나라가 그냥 이렇게 존재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지. 또 아빠는 군악대에서 군생활을 했잖아. 현충원에서나 6.25 참전용사 분들을 위한 행사를 할 때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금 이 나라의 모습이 많은 분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구.


하이야, 아빠는 무엇보다 하이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걸 큰 축복이자 은혜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우리나라처럼 배움의 길이 열려 있고, 우리나라만의 언어가 있고, 먹을 걱정을 안 하고, 자유롭게 내가 뭔가를 선택하며 살 수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아.


브런치에 이렇게 하이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쓸 수 있는 것 까지도, 다시 생각해 보면 하나하나 참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지. 한글이 있고, 인터넷이 잘 발달되어 있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있어서 가능한 거니까.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실은 우리나라가 있어서 가능한 거란다.


영화 '명량'에서는 조선의 수군과 백성들이 불가능해 보였던 왜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난 후 이런 대사가 나와.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 한 걸 후손들이 알랑가 몰라"


"모르면 개호로자식이지~~"


('호로'라는 오랑캐의 포로라는 의미인데 천하고 미개하다는 뜻의 안 좋은 욕이야. '개'라는 말은 뒤의 말을 강조하기 위해 종종 붙인단다)


하이야,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나라가 있기까지 수많은 분들의 헌신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단다. 이게 바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애국심의 시작일거야. 오늘 만큼은 우리 나라에 대한 감사한 마음, 자랑스러운 마음 가득 품었으면 좋겠다. 아빠가 먼저 우리 나라를 생각하며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으니, 오늘은 너도 우리 나라에 있어서 좋은 점 같은 짧은 글 하나 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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