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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Jul 09. 2024

 상실을 두려워 않겠다



7개월 된 둘째가 기침을 한다. 콜록이는 소리가 가냘프다. 너무 가냘파서 마음이 아린다. 집에서 나온 후에도 아기의 기침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지금은 좀 괜찮아졌을까. 기침이 좀 잦아들었을까.



아이의 조그마한 몸이 기침에 흔들린다. 기침하며 아이는 칭얼댄다. 감기에 걸릴 때면 으레 하는 기침. 아이겐 낯선 고통이겠지.



콜록, 콜록, 콜록... 나는 안쓰럽게 바라보며, 아기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그냥, 마냥, 기다리고, 바라볼 수만은 없어서 짧게나마 기도한다. 잘 이겨내게 해달라고. 빨리 낫게 해달라고.  



종종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둘째가 태어나고, 어느새 기어 다니고, 나를 보며 방긋방긋 웃어줄 때, 반짝이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잘못되면 어쩌지? 사고가 나거나 난치병에 걸리면 어쩌지? 이른 나이에 먼저 세상을 떠나면 어쩌지? - 라는 걱정에 사로잡힌다.



소중해서. 너무나 사랑스럽고, 애틋해서  그럴 것이다. 아끼는 물건일수록 잃어버리면 속상하고 애가 타듯이, 아이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든 슬픔은 '상실'로 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잠깐의 잃어버림에서 죽음이라는 거대한 상실에 이르기까지, 상실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그렇다고 상실로 인한 두려움에 잔뜩 웅크리고 살기엔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들이 너무나 짧다.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 언제고 상실과 이별이 올 수 있음을.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을.



어차피 언젠가 마주하게 상실이고, 그때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면 답은 하나다. 함께 있을 때 소소하고 다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놓는 것. 현재 함께 있음을 감사하는 것. 기록하며 기억해 두는 것.



후회가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후회보다 아이와의 추억이,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후회를 압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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