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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Jul 16. 2024

우리의 아늑한 놀이동산, 교보문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사우나 같이 다습한 저녁, 약속한 대로 아이와 교보문고에 왔다. 지난주부터 아이는 요즘 교보문고에 간 지 너무 오래됐다고, 아빠 저녁에 언제 시간 되냐고, 자기 용돈 많이 모았으니까 빨리 교보문고 가고 싶다고, 안달을 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가 더디 오자, 아이는 교보문고가 있는 3층까지 계단으로 가도 되냐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고 냉큼 계단 쪽으로 달음질하는 아이. 엘리베이터 문이 3층에서 열리자 아이는 환하게 웃고 숨을 헐떡이며 나를 반긴다.



교보문고에 들어서서 자연스럽게 나는 왼쪽으로, 아이는 오른쪽으로 갈라진다. 나는 여느 때처럼 먼저 독서공간인 긴 테이블의 빈자리를 찾아 앉고 아이는 갖가지 문구류와 팬시용품이 있는 핫트랙스로 향한 것. 이제 여기서 각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교보문고의 시그니처 향인 'The Scent of Page' 디퓨져 향이 다른 때보다 좀 더 강하게 난다. 따듯한 색깔의 조명과 눈이 편안한 조도. 적당히 경쾌한 BGM.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긴 테이블의 인공식물 화분이 있는 구석자리. 마침 비어 있던 나의 최애 자리에서 나는 교보문고 특유의 공간미를 음미한다.



아이는 핫트랙스로 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팬시용품을 둘러본다. 그러다 다리가 아프면 어린이 도서 존에 앉아 책을 읽다가, 다시 또 문구류 산책을 하러 간다.



이렇게 각자 시간을 보내다가 한번씩 마주쳐 서로 뭐하는 지 확인하고, 자유롭게 서점 안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나와 아이. 서점 안에러 우리는 책과 문구류 사이를 유영하고 헤엄치며 놀이한다.





So the moment has come again~

The time to say goodbye~

When memory are you bringing

to your mind my dear~


밤 10시가 가까워 올 때쯤 들리는 교보문고의 마감송, Wantreez 의 Goodbye. 나와 아이는 아쉬워하면서도 오늘 있을 만큼 있었다는 묘한 뿌듯함을 안고 집에 갈 준비를 한다. 책과 문구류로 둘러쌓인, 아늑하고 근사한 놀이공원 교보문고.



그래, 가까이 있을 때 더 자주 와야지. 이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충만함, 소소한 설렘을 좀 더 자주 향유해야지. 이제 내년이면 또 이사를 가야 하는데, 이보다 더 교보문고와 가까운데 살기도 힘들 텐데.



오늘도 별 다섯 개 만족도 아이와 교보문고 데이트. 오래오래 이곳에서 함께 데이트하고 추억을 쌓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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