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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시인> _ 나태주

오늘, 시

by 김이안



이팝나무 꽃 새하얀 골에

쓰러져 우는 달빛 같은 시

손이 시리면서

가슴이 쓰려오면서

여릿여릿 물결쳐 오는

안개비 같은 시를 쓰고 싶다고

말하는 나를 보고

아내는 느닷없이

당신은 썩은 시인이라고

썩었어도 속이 곯을 대로

곯아버린 시인이라고 말한다



그야 그렇지

속이 썩어서 곯아버려야

새싹도 나고 새 꽃 이파리도

솟아나게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 왜 잘 썩고 곰삭은 연못일수록

연꽃도 어여쁜 연꽃을 피워 올린다는

말씀이 있지 않던가



<썩은 시인> _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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