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새벽에 나를 깨웠다

"물이 먹고 싶어요, 바지 올려주세요..."

by 광화문덕
거실에서 잠자기

기업으로 온 뒤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을 지키고자 한다. 그건 나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게을러지지 말자는 약속.


새벽 5시부터 휴대전화 알람이 울린다. 가끔은 아내가 내 알람소리에 같이 깨곤한다. 아들이 깨면 꽤 난감하다.


어제는 거실에서 잠자기를 시도했다. 거실에 두터운 층간소음 방지용 매트 위에 잠을 청했다. 생각보다 편하지는 않았다.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피곤에 찌든 아내를 위한 배려차원에서다. 요즘 주중에 독박육아로 아내의 체력을 바닥이 났다.

아들의 잠버릇

"아빠 목말라... 아빠..."


아들은 보통 아내와 침대 위에서 잔다. 그러다 무서운 꿈을 꾸거나 아빠가 그리울 때면 바닥에서 자는 나와 함께 자겠다고 내려온다.


이날도 아들이 나를 찾아 거실로 나왔다.


아들은 내 앞에서 물을 떠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으응... 알았어... 잠시만... 자... 여기..."


반쯤 눈을 떠서 정수기 물을 내려받아 아들에게 건넸다. 아들은 물을 받아 마시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시계를 봤다. 새벽 12시59분쯤이었다.


아빠 쉬......

다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쉬해.... 저기 변기 있잖아..."


난 다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다시 아들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바지 입혀줘..."


"응???? 응... 그래... 팬티랑 바지 가져와..."


아들은 자기 방으로 가는 듯했다. 난 다시 눈을 감았다.


"아빠 여기 가져왔어..."


난 시계를 봤다. 2시40분.... 아들이 가져온 팬티와 바지를 손에 들고 아들에게 입혀줬다.


"자 이제 됐지? 이제 들어가서 자"


눈을 감았다.


"아빠.... 바지가 덜 올라갔어...."


아들이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반쯤 떠서 보니 아들 엉덩이쪽에 바지가 덜 올라갔다.


"그런건 네가 올리면 되잖아. 어여 가서 자"


나도 모르게 아들에게 핀잔을 주고 있었다. 아들은 슬픔을 삼키고 바지를 올리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아들에게 역정을 냈던 내 모습이 한심했다.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예전에는 자주 보던 아빠가 요즘에는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었으니 그런 것일수도 있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은 점점 커졌다. 그러다 아들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주말 아침이면 난 아들에게 묻곤한다.


"아들 오늘은 무슨 꿈꿨어?"


"응??? 아빠꿈!"


"그래? 오늘도 아빠가 꿈에 나왔어?"


"응!!!! 아빠랑 함께 즐거웠어"


아들은 늘 내꿈을 꿨다고 내게 말해준다. 아빠가 꿈에 나온 날은 기분이 좋다고 했다.


난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들이 보고 싶어져 방으로 들어갔다. 아들의 얼굴을 보며 되뇌였다...


'아빠의 사랑이 그리운 아이에게 난 또한번 죄를 지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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