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를 쓰기 전에 사진쟁이로 살았습니다. 시대가 디카 시대가 되면서 필카 시대는 눈물을 머금고 어쩔 수 없이 저물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이제는 시대의 유물로 남은 필름카메라 몇 대가 제 방을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사진을 업으로 3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까지 보냈습니다. 제 인생의 전성기였습니다. 취미가 직업이 된 것을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기도 했지요. 돈 버는 일보다 작품활동에 더 전념했습니다. 사진작가라는 말보다 사진쟁이라는 말을 더 좋아했고 지금도 시 짓는 사진쟁이라고 생각하고 쓰고 있습니다.
이사를 해야 하는 일이 생겨서 수많은 액자들을 버려야 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안 쓰는 알루미늄 액지가. 그 시절엔 가장 많이 쓰였습니다. 사진에선 그랬습니다.
2007년에 사진업을 접었으니 거의 20년이 가까뭐 옵니다. 그동안 벽면에 걸리지 않은 무수한 액자들은 버림받은 존재가 되어 곰팡이 쓸고 먼지만 소복히 쌓여갔습니다.
지금도 미련이 남아 갖고 있는 여러점의 액자와 사진들은 이젠 애물단지가 되었지만 제가 살아온 제 인생의. 한 부분으로 결코 버릴수도, 잊을 수도 없는 소중하고 고마운 물건들입니다. 옛날의 모습들과 풍경들이 따뜻한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한때나마 전성기라는 시절이 있었다는 것만므로도 저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