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그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가족들은 더 이상 할머니를 도와주지 않았다. 형제들은 자신의 재산 지키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할머니는 출가외인이다.
할머니는 홀로 삼 형제를 키웠다. 집 뒤뜰에 농사도 짓고, 각종 소일거리를 했다.
어린 아빠는 도련님에서 천민으로 신분하락했다. 동네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와야 했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그런 우물.
우물은 운천동 쪽에 있었다고 한다. 거리도 거리지만, 어린 나이에 얼마나 무거웠을까.
한참 잘 먹을 나이.
할머니가 보리밥을 삶아 부엌에 말려 놓으면, 학교 갔다 저녁에 먹을 밥이라는 생각도 못한 채 한꺼번에 다 먹었다고 한다.
굶주렸던 막내는 남의 땅에 들어가 참외를 훔쳐 먹다 걸렸다. 참외 주인이 집으로 찾아왔다. 아빠는 동생대신 혼이 났다. 그런 날은 동생을 두들겨 팼다고 한다. 그런 날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