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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May 20. 2024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실우치구失牛治廏)

 실우치구(失牛治廏),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란 사자성어와 속담이 있다. 실패한 후 대비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한 말이다.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거나 너무 늦음을 비판하는 말로, 자기가 하려는 일이 잘못되었음에도 그걸 시행하거나 그 일로 인해 일어날 결과를 모른 채 나중에서야 자기 행동을 후회하는 결말을 맞을 때 사용된다. 나도 그런 실수를 종종 저지른다. 이런 일은 특히 신입 적응 중 부모님과 신뢰 가 쌓이기 전 아직은 어린이집을 반신반의하는 상태인걸. 간과하여 행했던 나의 행동들이 화근이 된 경우가 많다.


여성의 광장에서 짱구는 못 말려 어린이 뮤지컬을 여러 어린이집이 단체 관람이 있다. 3층 대공연장에서 손뼉을 치며 즐겁게 뮤지컬 공연 관람을 끝냈다. 공연이 끝나자 우르르 몰려나온 다른 어린이집 아이들과 뒤섞여 엘리베이터 앞 로비가 북새통이다. 한참을 기다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무사히 일 층까지 내려왔다. 내려와 보니 유민이가 보이지 않는다. 깜짝 놀라 비상계단을 달려 3층까지 뛰어 올라가 보니 유민이는 다른 어린이집 친구들 틈에 끼어 3층 로비에서 두리번거리고 서 있다. 혹여 놀라지는 않았을지 유민이를 다독이며 데리고 내려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원 시간에 만난 유민이 어머니께 상황을 전해주고 죄송하다. 유민이가 많이 놀라지는 않은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 밤에도 지켜봐 달라 말하며 더 조심하겠다 말씀드렸다. 씩씩한 유민이는 밤잠도 잘 자고 별 탈 없었다. 그러나 그 뒤로 부모님께서는 한동안 불안해하며 견학은 아예 보내지 않았다. 그 사건 이후 한동안 체험 학습을 못 다닌 유민이에게 참으로 미안한 사건이다. 

     

점심을 먹고 자유 놀이시간이다. 영아들이 대근육 실 베란다 미끄럼틀에서 놀고 있다. 선생님이 잠시 안으로 들어와 휴지를 챙기는 사이 1세 현진이는 선생님의 뒤를 졸졸 따라 들어온다. 현진이가 따라오는 것을 안 선생님이 장난스럽게 뛰면서 다시 베란다로 나간다. 현진이도 선생님 흉내를 내며 뒤뚱뒤뚱 따라간다. 그때 베란다에서 미끄럼을 타고 놀던 형님 반의 오빠가 갑자기 뛰어 들어온다. 뛰어나가던 현진이와 쾅 부딪히고 말았다. 뒤뚱뒤뚱 걷던 현진이는 앞으로 넘어지며 베란다 창틀 모서리에 이마를 콩 찧었다. 이마에 파란 멍이 들었다. 상처는 아니고 멍이라 생각해서 현진이 어머니께 대수롭지 않게 죄송하다 속상하시겠지만, 이해해 달라 부탁드렸다. 어떻게 놀다 그랬는지 CCTV를 보자 하신다. 부딪혔던 곳에 안전 보호대를 붙여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하고 절차에 따라 CCTV를 어머니와 함께 열람해 보았다. CCTV에는 우리가 본 대로 장난치며 선생님을 따라 놀다가 오빠와 부딪쳐 넘어져 이마를 찧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있다. 부모님도 다친 장소 보완도 했고, CCTV 확인 결과 선생님과 즐겁게 놀다가 불가항력 적으로 일어난 일이니 속은 상하지만, 이해는 된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부딪히고 넘어지는데 좀 더 자라면 오겠다며 어린이집을 퇴소하겠단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더 조심하겠다. 한 번 더 사과드렸지만, 여자아이 얼굴에 상처라도 생길까 봐 불안해서 좀 더 자라면 보내겠단다. 미리 안전 보호대 설치를 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일인데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다. 

    

0세 반에서 하원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머리 손질도 다시 하고 세수도 시킨다. 세수시키며 다른 친구들은 세면장 앞에 앉아 기다리게 한다. 1세 반인 수진이도 나와 같이 나란히 앉는다. 잠시 후 가운데 앉아 있던 슬아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급히 달려가보니 양옆에 앉은 두 친구는 우는 슬아를 바라보고 있고, 슬아는 손을 들고 울고 있다. 슬아의 손을 살펴보니 손목에 동그랗고 선명하게 이빨 자국이 있다. “슬아야 아프지? 누가 그랬어?” 하고 물어도 그저 울기만 한다. 옆에 앉은 다른 친구도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한다. 아직은 말을 못 하는 아가들이다. 우리도 답답하다. 그때 어머니가 슬아를 하원시키러 왔다. 엄마를 보더니 더 서럽게 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담임선생님이 하원 준비로 제대로 보지 못했다. 1세 반 언니가 와서 같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1세 언니가 가끔 무는 습관이 있는 친구이긴 하지만, 우리가 직접 보지 못했으니 그 친구가 물었다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고 사실대로 말하자, 교사들이 못 보았다는 말에 더 속상해하며 CCTV라도 보고 싶어 한다. 마치 그곳이 CCTV 이로부터 사각지대다. 슬아는 어린이집 등원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부모님과 어린이집 신뢰가 형성되기 전에 이런 사고가 발생하니 바로 퇴소 조치를 원한다. 어린이집에 사각지대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 영아들이 많이 노는 곳은 촬영이 되어서 교사나 부모가 궁금하고 필요할 때 확인이라도 할 수 있었어야 했다.

    

그 뒤로 CCTV는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약간 방향을 틀어 사각지대를 줄였다. 또 위험한 모서리에는 안전 보호대를 붙여 부딪혀도 덜 다치도록 했으며, 체험 학습이나 견학 때에는 노인 인력이나 연장 교사까지 배치해서 더 안전하게 체험하도록 조치했다. 이런저런 불상사로 끝까지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한 경우와 부모님을 불안하게 하여 체험 학습을 한동안 참여하지 못하게 했던 대부분이 부모님과 어린이집이 신뢰가 형성되기 전의 사고다. 어린이집과 부모 간 신뢰가 단단히 형성된 뒤에는 작은 일에는 서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신뢰가 쌓이기 전에는 더 신경 쓰고 더 조심해야 한다. 우매하게도 이렇게 사고가 터진 뒤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실수를 거치며 다시는 그런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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