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확행(小確幸)

성탄절에 맞이한 작은 행복

by 예담

“와!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가셨네” 남편의 들뜬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머리맡에 있는 선물 꾸러미를 핸드폰 카메라에 담으며 말하고 있다. 나도 얼른 일어나 머리맡을 보니 예쁘게 포장된 선물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우와 정말이네! 우리 일 년간 착하게 살았나 봐요” 서로 시치미를 뚝 떼고 “산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 하고 웃으며 각자의 선물을 풀어 보았다. 추위에 따뜻하게 신을 수 있는 목이 길고 포근한 커플 양말이 한 세트씩 들어있다. 예쁘다.

얼마 전 브런치스토리 어느 작가의 글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내가 선물을 준비하여 머리맡에 두었을 때 행복했다는 글을 읽었다. 그 이야기를 읽으며 지혜로운 아내를 두었구나 싶었다. 매년 우리 어린이집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기만 하는 어린이집 전용 산타 할아버지가 나의 남편이다. 어린이집 아이들 선물을 준비하면서 나도 산타할아버지께 선물을 받고 싶다는 생각만을 했다. 수고하는 남편에게 선물을 줄 생각은 못 했다. 때론 폭설로 쌓인 눈을 헤집고 때론 혹한의 추위에 떨면서도 싫은 내색 전혀 없이 산타 할아버지 역할을 즐겁게 해 줬다. 아가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부모님들께는 지난 추억을 꺼내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 고마운 남편이다. 그런 고마움을 한 번도 제대로 표현해보지 못했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쑥스럽지만 한 번 표현해 보자 마음먹었다.

요즘 같은 추위에 신으면 따뜻할 포근하고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양말을 내 것과 남편 것 커플로 준비했다. 예쁜 카드도 두 장을 똑같이 “올 한 해도 착하게 잘 살아온 당신에게”라고 펜으로 꾹꾹 눌러썼다. 24일 밤 미리 준비한 선물을 예쁘게 포장해 침대 밑에 숨겨 두고 남편이 잠들기만을 기다렸다. 남편은 그날따라 다음날이 크리스마스로 쉬는 날이라서 인지 평소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남편의 고른 숨소리를 확인한 후 포장지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혹시라도 잠에서 깰까 조심조심 침대 밑의 선물을 꺼내 남편의 머리맡에 놓아두었다. 내 선물도 내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고 나란히 누워 잠을 청했다. 아침에 잠에서 깬 남편의 표정과 반응이 궁금해 잠이 쉬 오지 않는다.

남편은 아침에 선물을 발견하고 핸드폰 카메라에 담아둔 사진을 어릴 적 고향 친구들의 단체 카톡방에 올린다. “나는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산타할아버지께 선물을 받았노라.” 자랑도 한다. 그 모습이 예 일곱 살 아이처럼 순수하고 행복해 보인다. 친구들의 카톡방에도 카톡, 카톡 축하 답장이 죽죽 올라온다. 육십을 훌쩍 넘겨 칠순을 바라보는 남편의 친구들도 아침부터 옛 추억을 떠올리며 들뜨고 행복해 보인다. 올 크리스마스는 사회 전체 분위기가 불안하고 우울하다. 그런 날이 길어지면서 온 국민이 스트레스에 지쳐있다. 작은 배려로 준비한 선물 하나로 우울하고 가라앉은 기분을 잠시 잊고 평온하고 행복한 성탄의 아침을 맞이했다. 작지만 확실히 행복한 아침이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여러 사람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작은 배려나 베풂을 먼저 실천하는 삶으로 소확행을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삶을 그려본 아침이다.

keyword
이전 28화째깐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