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꽃 향기 맡으며 잊을 수 없는 기억에~'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노래 가사를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것이다.
나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라일락'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 '라일락' 품종 중에 전 세계 정원에 식재되어 있는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있다.
바로 '미스김 라일락'이다.
처음 이 나무 이름을 책에서 보았을 때 미스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특이했었고 왜 하필이면
외국 나무에 미스김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의문을 가졌다.
여기에는 우리의 소중한 생명자원을 잘 관리할 여력이 없었던 전쟁 후 우리나라의 척박한 환경에 기인한
스토리가 있다.
사실 전 세계 각국의 정원에 식재된 베스트셀러 품종인 '미스김 라일락'의 원산지는 이름에서 짐작했듯이
우리나라이다.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 서울의 북한산이다.
전후 미군정청에서 근무하던 미더(E. M. Meader) 교수가 친구와 같이 휴일에 북한산을 등산하다가 백운대 정상 부근에서 특이한 나무를 발견하게 되었다. 험한 화강암과 풀, 관목들 사이에서 라일락처럼 생긴 나무를 발견하고 씨앗을 채취하였다. 이렇게 채취한 12개의 씨앗을 미국으로 가져가 심게 되었고 성공적으로 발아되어 자라게 된 나무는 좋은 향기를 내는 보라색을 꽃을 피웠다.
1954년에 뉴햄프셔 농업 시험장에서 대량 재배가 이루어진 '미스김 라일락'은 아름다운 꽃과 좋은 냄새로 전 세계적으로 많이 식재되는 정원용수가 되었다.
'미스김 라일락'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마더 교수가 한국 생활을 잘할 수 있게 도와준 타자수의 성이 김 씨여서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성씨가 김 씨여서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결국 미국에서 품종등록을 하여 전 세계적인 정원수로 각광을 받는 '미스김 라일락'은 오랜 시간 우리나라에서 자라왔던 우리의 나무였던 것이다.
마더 교수가 채취해간 나무는 정확히는 '털개회나무'였다. 개회나무, 꽃개회나무, 섬개회나무,버들개회나무,털개회나무,수수꽃다리는 수수꽃다리 속에 속하며 모두 형태가 거의 비슷한 형제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명확하게 구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서양 이름으로는 라일락, 우리 이름으로는 수수꽃다리로 불리게 되었다.
오랜 시간 우리의 땅에서 자라왔던 아름다운 꽃이 피는 '수수꽃다리'는 모든 국토가 황폐해진 전쟁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무단으로 반출되어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다소 이상한 이름으로 전 세계를 주름잡게 된 것이다.
마더 교수가 우리의 식물 자원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전후의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과 군정에 근무한다는 프리미엄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검역체계로는 공항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라일락이 아니라 고유한 우리 이름인 수수꽃다리라는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미스김 라일락'처럼 우리의 산야에서 오랜 자라온 우리의 식물이 외국의 이름을 달고 전 세계에 알려지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k-pop, k-food, k-culture 가 전 세계를 주름잡듯이 고유한 우리의 나무들이 전 세계의 정원에 식재되어 k-tree의 바람을 일으킬 것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