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마쳤다.
이제 제법 그럴듯해진 이력서를 갖췄지만,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어오고 있을 때였다.
코로나였다.
우한 독감이라는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그 바이러스는 코로나19라는 이름으로 개명하더니 몸덩이를 키워나갔다.
전 세계가 이 바이러스 하나로 옴짝달싹 못 하니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마스크를 쓰는 게 필수가 되었다. 온갖 괴담들이 공포감을 몰고 왔고 사회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여파가 가장 처음 내게 와닿았던 순간은 졸업식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였다.
내가 어떻게 논문을 쓰고 이 시기를 버텼는데….
너무 허무하게도 학위증서와 졸업증을 우편으로 받게 되었다.
지도교수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시간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축하받을 기회도 없었다.
학위를 받고 멍하게 한참 쳐다보는 게 나의 유일한 학위 세리머니였다.
다시 취업해야 했다.
하지만 자리가 많이 나지 않았다.
코로나가 불어닥쳤는데 자기 자리를 털고 나올 사람이 어디 흔하겠는가.
그 시국엔 일단 퇴직 욕구를 꾹 눌러 담고 자리를 보전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지원할 곳이 많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더더욱 없었다.
결국 아이들을 직접 만나기는 힘든, 조금 거리를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에 지원하였다.
서류 넣은 곳 중 두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한 곳은 큰 규모의 협회 소속 계약직이었고, 한 곳은 작은 규모 기관의 정규직이었다.
큰 규모의 회사에서는 면접이 자꾸 미뤄졌다.
2번이나 미뤄진 면접 사이에 작은 곳의 면접을 보게 되었고, 합격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면접조차 보지 못했던 큰 회사는 포기하게 되었다.
입사한 회사는 직원 3명, 센터장 1명의 아주 소소한 규모였다.
기존 직원들은 다 내 또래였고, 연차도 고만고만해서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첫날을 무난히 보내고 기존 직원들과 조금 친해졌을 즈음 깜짝 놀랄 소식을 듣게 되었다.
'샘은 잘할 수 있을 거예요! 하하!'
나 빼고 2명의 직원 중 1명은 이번 달 10일까지 일하고 퇴사라고 하였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충격적이고 아쉬웠지만 그래도 한 분이 남아 계시니 그 분이 잘 이끌어 주시겠지 했건만….
'근데 00 샘도 다음 달 퇴사예요. 하하! 그래도 샘이 들어와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저희 센터 잘 부탁해요!'
'???'
그나마 의지해야겠다 생각했던 다른 샘 마저 다음 달 10일 퇴사라고 하였다.
입사 3일 차, 이 회사에 나만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산해 보자,
내 자리에 있던 직원이 2월 자 퇴직, 옆 직원이 3월 자 퇴직, 앞 직원이 4월 자 퇴직이면…,
줄지어나간 거잖아…? 이유가 있을 텐데…?
심지어 지금 나가는 2명 모두 1년만 딱 채우고 나가는 건데, 그렇단 건 작년에도 같은 일이…?
'도망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