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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주일간의 그림일기

매일 그리는 오늘, 순간의 나를 만나다

by 김남정

일주일 동안 그림일기를 그렸다.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기록법이었다. 처음엔 초록색 다이어리에 낙서처럼 가볍게 시작했지만, 하루하루 쌓이다 보니 내 안의 작은 변화를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 날 아침식사를 그렸다. 삶은 계란 두 알, 사과와 땅콩버터, 양배추. 사과. 당근 주스 한 컵. 그 단정한 식탁을 스케치하자, 마음까지 단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고 보니 꽤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아침식단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지 않고 먹었을 땐 생각 없이 매일 먹던 음식들이 그림을 그리고 나니 달라 보였다. 내가 스스로를 건강하게 돌보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보였다. 그림 옆에 '건강한 나의 아침식사가 내 몸을 잘 만들고 있다'라는 짧은 생각을 썼다.


둘째 날에는 앙리 마티스의 그림. '날아가는 새'를 책에서 보았다. 종이에 네 마리의 새가 서로 다른 모양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아마 마티스도 그날그날의 기분대로 오렸을 것이다. 그 자유로움이 좋았다. 나도 따라 마티스의 새 그림을 그려 보았다. 내 손끝에서 태어나는 선도 그렇게 자유롭기를 바라며 작은 새 한 마리를 그려 보았다. 작은 새를 그리는 동안 마음은 고요하고 정신은 손끝의 연필에서 시작되는 새의 깃털선을 따라 자유로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끝없이 자유롭게 날아보자'라고 소박한 나의 마음을 남겼다.


셋째 날에는 핸드폰에 찍어둔 사진을 골라 그렸다.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 흐드러진 구름, 오후 햇살이 만든 그림자, 잠깐의 미소. 그림으로 옮기니 사소한 순간이 더 오래 남았다. 사진을 찍었던 날의 의미와 다시 그림을 그리는 순간 같은 사진임에도 또 다른 느낌의 대상으로 내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그날 그린 횡단보도 위 사람들 그림 옆에 '삶은 언제나 역동적으로 움직일 때 가장 아름답네'라고 적었다. 정체되지 않고 움직이고 변화하는 내가 내 맘대로 일상을 창조해 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일기를 쓰며 깨달았다. 이 순간은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긴장도 없다는 것을.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펜 끝에 집중하고, 선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잘 그리지 못하는 그림이지만 내 손끝에서 탄생한 그림들을 보며 '아, 나도 그림 그릴 줄 아는 사람이네.'하고 나 자신을 예술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 인정도 해보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현재에 몰입하게 된다. 글이든 그림이든 매일 하는 일은 시간의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이고, 그 속에서 지금의 나를 발견하고, 조금씩 발전하고 있음을 느낀다.


기록은 순간을 붙잡는 힘이다. 마티스의 네 마리 새처럼, 오늘의 나는 어제와 다르고 내일의 나는 또 다르다. 그 다름을 그려내고, 남겨두고, 다시 들여다본다. 오늘도 나는 나의 하루를 나만의 방식으로 창조하며 살아낸다. 그림이든 글이든, 매일 조금씩 쌓아 올리는 나의 기록이 결국 나를 만들고 있었다. 어떤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 떠오른다. "인간은 무언가를 만드는 종족이다. 언어도 의사를 표현해 내기 위해 도구로써 만들었다."

난 오늘도 내 하루를 나름대로 창조하면서 행복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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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매일 한다는 것은 순간을 사랑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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