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서로를 비인간적으로 만들려고 혈안이 돼 있어요.”
비인간성의 문제가 떠올라 문제의식을 가졌던 때가 아득하게 멀다. 이제는 속절없이 당하는 수밖에 없다. 단편적으로 내 목숨이 나의 소유가 되어버림으로써 세상에 피투 된 존재는 지워져 버렸다. 세상과 맞닥뜨리거나 소통하지 못한 채로 그저 세상과 부딪혀 아니 부딪히기도 전에 충돌하여 꺼져갔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점점 사회와 사람은 심각하게 위기를 느끼지 못한 채로 그저 무뎌지고 둔감해질 뿐이었다. 이러한 모순과 혼란은 인간성의 상실이자 인간성의 퇴행의 행태를 아주 자연스럽게 촉진하고 있었다.
“어두운 시기니까, 희망이 없지."
염세도 아니고 뭐도 아니었다. 그냥 현실이었다.
"살아도 유령인데 죽는 게 대수인가?” 자조적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과학의 거대한 힘을 신자유주의에 입각하여 쓰는 건 자유라는 거대한 착각이 창출한 결과는 예측했던 것보다 더욱 심각하고 무서웠다. 일상 전반에 퍼진 불행과 불만족, 매일 받는 상처는 날로 커져가기만 했다. 상처가 빚는 건 서로가 곁을 내주기보다는 서로 할퀴게 되는 어리석음으로 잔혹성, 가혹성, 혹은 냉정함만을 부채질했는데 또 인간이기에 그랬다.
그나마 인간다워지려면 쓸모 있는 인간 자본이 되어야 했으나, 그저 쓸모없는 잉여 인간이자 무용인간이라고 느끼게 될 뿐이었다. 이토록 인간은 경제적 추상물로 전락했고 이는 사람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능력에 손상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