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복제인간

by Toi et Moi

무한히 펼쳐진 스크롤과 화면들 사람들은 미디어가 조장하는 대로 움직이며 감정과 경험을 무한히 복제하고 있다. 복제 경험은 아무리 무한히 한들 휘발되어 버리기 십상인 경험일 뿐이다. 가슴 깊이 추억할 기억의 한 조각을 생성하지 못하기에... 그러나 여전히 그저 일회적 깜빡임으로 남을 그 순간으로 무한 저장할 뿐이다.


실제 경험이 부재한 채로 경험했다는 착각과 더불어 디지털 환경 내에서 쌓아 올리는 지식들은 진정한 습득에 실패하고 말지만 대다수는 부정한다. 점점 현실세계보다 디지털 세상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면서, 낭만도 뭐도 다 사라져 가고 있다. 눈 깜빡임도 잊어버릴 만큼이나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각종 소비논리, 상업논리가 가미된 이미지와 영상에만 주목한다.


끊임없이 복제된 그 영상과 정보를 통해서만 감정을 느끼고 있고 느끼게 되고 있다. 그리고 송출된 정보 안에서 사유 없이 생각한다. 결국 디지털 정보만이 아니라, 우리라는 인간 자체가 무한 복제되고 있다. 그럼에도 무한히 복제되는 디지털 경험만 쌓아 올린 복제인간 이면의 진실을 모르고 있다.


현실 경험과 가상 경험의 경계가 차차 흐릿해져 사실상 무한 복제된 디지털 경험만이 차고 넘쳐 버리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피드 속 자신의 모습 그러니까 거울 속의 환상을 알아차릴 수는 있을까? 어쩌면, 온몸과 온생을 뒤흔드는 경험을 겪지 못한다면, 두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 살아있는 나를 선택할 수 있겠니?라는 내 안의 물음을 생성하지 못한 채로 반복적으로 성공과 삶의 행복을 이미지에 의존하고 말게 될 거다.


가상의 이미지가 아니라 찐 현실로 구축하는 경험으로 가져가려면 온기가 필요하다. 타인의 인정과 긍정이 영양과 산소처럼 작용하기 위한 안전기지가 필요하다. 안전기지를 다 걷어차 버린 채로.. 살아있는 나를 가꾸도록 돕는 토대와 나눔은 삭제한 채로, 그저 가상세계에 내몰리고 있는 모순을 발견하지 못해서 조율과 조종의 시간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마침내 균질화된 복제인간의 완성이다.


keyword
이전 04화비인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