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인간에 대한 사랑과 환멸이 공존해. 그 안에서 맹렬히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맞아. 어느 한 축으로 기우는 것도 광기 어린 무엇이 되는 것이겠지."
사람 간에 부는 차가운 바람은.. 씁쓸하다 못해 냉기에 송곳으로 찔리는듯한 느낌이었다. 좀체 녹아들거나 스며들 수 없는 모종의 아주 딱딱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금이라도 공정하거나 평등하지 않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찌나 많은 인간들이 피해의식화 되었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피해의식은 날이 갈수록 널리 퍼져나갔다. 모두가 호구가 되지 않겠다는 일념들.. 벼락 맞지 않겠다는 호소들... 뿐이었다. 피해적 지각이 커질수록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익과 보상은 중요하고 조금의 손해와 위험 위협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희한하고도 괴이한 분위기를 창출했고, 보이지 않는 팽팽한 사람 간의 골을 만들어 냈다. 깊디 깊은 골은 '개인’을 무시한 채 일반적인 ‘인간’만을 고려한 결과였다.
"자유의 개념만큼이나 평등에 대한 개념 오용으로 장애가 발생했어. 개별적 인간을 무시한 채로 보편적 인간에게 적용한 부작용이자 해악이지."
"모든 인간이 슬롯머신 안 주사위에 지나지 않게 보편적으로 살아나가기를 꾀하는 선상에서는 스스로를 안갯속에 가두어야 하는 법이잖아. 환상에 취해야 혹은 욕망에 속아야 움직이는 아이러니지. 삶이란 미스터리를 풀다가 미로에 갇혀 버린 거지. 미로 속에서 헤매다 헤매다가 접속을 차단한 채로 고립되었다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