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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곰 Oct 12. 2024

가난과 불안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법(22)

21장: 나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나를 치열하게 몰아붙였던 대학원 시절, 가난과 현실의 무게 속에서 학문을 향해 매달렸던 그날들은 이제 어렴풋한 기억의 한 조각처럼 지나가 버렸다. 당시의 나는 오직 눈앞의 문제만을 해결하느라 바빴다. 매 순간을 버티며 작은 성취에 기뻐하고, 동시에 커다란 미래의 불안과 맞서야 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고통스러운 시간이 결국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감회 깊게 다가온다. 그 모든 순간들이 나를 지탱했고, 내가 그토록 바라던 꿈을 이룰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박사 학위를 손에 쥐었다. 남들이 말한다. "학위는 단순한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라고. 하지만, 그 종이 한 장은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모든 길의 증명서이자, 나 자신을 증명하는 도장이 되어주었다. 나도 해냈구나. 그 종이 한 장을 받던 날, 나는 내가 걸어온 그 수많은 밤과 새벽을 떠올리며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그 학위는 나를 비로소 나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예전의 나에게 ‘선택’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공허하게 들렸다. 나의 삶은 마치 정해진 궤도처럼 느껴졌고, 나의 결정을 나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생계를 위해, 그리고 현실을 위해 해야만 했던 일들 속에서 나의 선택권은 무너져 내렸다. 가난은 나를 현실 속에 가두었고, 끊임없이 “포기해야 한다”는 속삭임이 나의 귓가를 울렸다.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길을 좇는 것이었다. 대학원 진학도, 연구의 길을 택한 것도 나의 주도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린 결과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나로 서 있다. 내가 원하던 학위를 얻고, 전문성을 키운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불안에 시달리며 미래를 걱정하던 그때의 내가 아니다. 선택의 주도권이 내 손에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제, 나는 단순히 “살기 위해”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바라는 것, 그리고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선택을 할 수 있다. 나의 선택이 곧 나의 삶이 되었고, 그 자유는 나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을 안겨주었다. 과거에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무엇을 선택해야만 할지를 고민했다면, 지금의 나는 무엇을 새롭게 시작할지를 고민한다. 그 변화는 나에게 있어서 단순한 삶의 전환이 아니라, 나의 정체성과 존재 자체를 새롭게 하는 경험이었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나는 나의 전공을 살려 특정 산업의 R&D 직무로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 직장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고,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나의 연구 역량을 키워주었다. 그곳에서 나는 성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끊임없이 물었다. “내가 나아가야 할 다음 길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일을 찾고, 정체되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래서 마침내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또 다른 도전을 택했다.


지금 나는 과거의 연구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다시 새로운 연구를 하고 있다. 완전히 낯선 영역, 내가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다소 무모해 보일지도 모른다. 안정된 직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그러나 나는 확신했다. 이제 내가 원하는 길을 택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나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었다. 그 도전이 바로 내가 진정으로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아온 나의 전문성,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안겨다 준 경제적 안정은 내가 나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해 주었다.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는 내가 단순히 금전적으로 안정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나의 역량에 대한 신뢰, 그리고 내가 나의 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내 안의 불안을 잠재우며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안겨주었다.


지금 나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여전히 새로운 연구를 하며 부딪히고,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나는 내가 나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과거에는 나의 결정을 남에게 설명해야만 했던 순간이 많았다. “왜 그 길을 택했냐고?”, “왜 그 꿈을 포기했냐고?”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저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고 명확한 대답.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무수한 노력과 열정이 나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해 준다.


누군가는 나에게 묻는다. “다른 길을 걸었다면 어땠을까?” 과거의 내가 현실에 안주하고, 도전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더 빨리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안정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걸으며 나의 정체성을 찾았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단순한 결정의 자유가 아니라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의 삶은 나의 손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며, 내가 그 길을 걸을 때마다 또 다른 나의 가능성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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