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동물들 중에서 가장 느린 동물이 무엇인지 아는가?
나는 나무늘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름부터 ‘늘보’이다. 나무늘보는 이름 그대로 정말 느리게 움직이는 동물이다. 우리가 한 시간 동안 걸으면 보통 5km 정도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나무늘보는 한 시간 내내 움직여도 200m밖에 가지 못한다.
야생에서 이렇게 느리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천적을 만나면 재빠르게 도망쳐야 하는데, 나무늘보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무늘보는 왜 이렇게 느린 것일까?
나무늘보가 느린 이유는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몸의 구조상 근육을 빠르게 움직일 힘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나뭇잎을 씹다가도 그대로 잠들어 버리고, 피곤하면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로 하루 종일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렇게 느린 나무늘보가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바로 “느려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나무늘보의 천적인 퓨마나 독수리 같은 포식자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동물을 쉽게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동물은 오히려 포식자들이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즉, 빠르게 도망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천천히 움직이는 전략을 택했고, 그것이 생존법이 된 것이다.
보통 우리는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빨리 성공해야 하고, 빨리 목표를 이뤄야 하고, 남들보다 더 앞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무늘보처럼 느림이 오히려 살아남는 법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자꾸만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함을 느낄 때가 많다. 누군가는 빠르게 목표를 이루고, 누군가는 나보다 앞서가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똑같은 속도로 달릴 필요는 없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사람도 있지만,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가더라도 결국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에 쫓긴다. 남들보다 더 빠르게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감, SNS에서 보이는 화려한 삶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조급함, 지금 내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들. 그러나 사실 우리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빨리 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나만의 걸음으로 가는 것이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가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남들과 비교하며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속도로 끝까지 걸어가는 것이다. 오늘도 내딛는 그 한 걸음에 이미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