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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Oct 31. 2024

학교 가자

# 5. 이야기 다섯, 5학년 3반

머리가 뽀글 거리는 김평배 담임선생. 

둥근 듯한 얼굴인데도 네모난 각진 턱.

사투리 섞인 목소리 정말 크다.

가끔은 교과서에 없는 노래도 불러 주신다. 

'사랑이야'라는 노래를 부를 땐 지긋이 두 눈감으시고 주먹으로 마이크를 삼아 불렀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하나 이렇게

밝혀 놓으셨나요

어느 별 어느 하늘이 이렇게 ...'


(가사는 멋진데... )


" 내가 말이여.. 니들 담임 되고 참 행복하다. 요런 애들이 서너 달 되면 6학년 되고, 중학생 되고...

금방이지? 자...! 그런 의미에서 5학년을 마치는 학급 신문을 말 들어 보자꾸나?"

 " 에....? 선생님 운동장에서 축구해요!"

 " 야, 야, 이 학급신문 만들어 보면 엄청 재미나다?

 축구보다도 달리기 보다도.

분단으로 팀을 짜서 만들꺼다.

참! 다음 주는 새 달이 시작하니, 로운 마음으로! 짝을 바꾸겠다. 마음에 드는 친구 있음 내일 그 친구 옆에 앉고 없으면 아무 데나 앉고. 이상 끝!"

" 그러다 아무도 옆에 안 앉으면 어떡해요?"

" 그런 아덜은 제비 뽑기로 하자."

" 언제까지 같이 앉아요?"

" 한 달간. 다음 달 시작 첫날에 바꿀까?  좋아하는 친구가 있음 그 옆에 앉던지. 판 잘 안 보이는 사람은 미리 선생님한테 말하고."


종례가 끝나 은정이가,

" 연아, 우리 같이 앉자."

라며 수줍은 듯 말했다.

은정이는 소녀 만화를 잘 그려 가끔 같이 연습장에 그린 걸 교환해본다.



아침에 엄마가 말했다.

" 연아, 학교 끝나고 이상한 사람이 사진 찍거나 말 걸면 어떻게 하지?"

" 그냥 무시해야지. 선생님께 알려야지."

" 아빠, 엄마 저기서 너 기다린다고 하면?"

" 응... 아빠, 엄마가 그런 말 안 했는데?"

" 알지. 왜 엄마가 그러냐 하면 학교 근처에 이상한 사람이 서성 거린다고 선생님이 연락을 엄마들한테 했어. 그러니까 주의해야 해. 하교하면 곧장 집에 오고, 알았지?"

" 응, 근데  방과 후 학급신문 만든다고 조금 늦을지도 몰라."

" 그래? 아무튼 학교 끝나면 집에 곧장 올 것!"

" 네..."

동네를 살피면서 학교를 갔다. 이상한 사람이 혹시 있나.

그런데 이상한 사람은 어떻게 생긴 사람이지?



11월 첫날, 학교 가는 길에 생각했다.

곧 5학년 끝나고 6학년 올라가면 겨우 알게 된 아이들과 또 반이 달라져 흩어지고... 싫다.

5학년 3반 교실 뒷문이 열려 있었다.

교실은 직 히터가 안 들어 아침에 공기가 차갑다.

", 맞다! 오늘 짝 바꾸는 날이다.'

교실 뒷편에서 은정이를  찾았다.


"야! 연아 여기 앉아!"

완식이가 소리친다.


" 연아, 여기 여기. "

평소 말도 잘 안 하는 상휘앞문 쪽에서 손짓을 한다.


" 연는 어제 나랑 같이 않기로 약속했어."

 은정이가 창가 쪽에 손을 흔들었다.

나는 은정이 옆으로 갔다. 가방을  은정이 책상 옆자리에 내려놓는데 민규가 내 가방을 자기 책상 옆에 올려놓고 검지 손가락으로 까딱인다.

" 헤이, 여니! 컴!  컴온!"

은정이가 기기 막히다는 얼굴로,

" 야 , 민팅이. 연이가 여기 있는데 가방만 들 가면 어떡하냐? 빨리 제자리로 돌려놔!" 하고 말했다.


누구랑 앉지....?

은정이랑 같이 앉는다고 했는데, 다른 아이들이 하는 행동에 뭐라고 답할지 망설였다.


완석이가 내 뒤에 자기 가방을 놓았다.

" 괜찮아. 다음에 나랑 같이 앉지 뭐."


이 친구들이 나의 곁에 와 주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언제부터 얘네들이 나랑 같이 앉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걸까.


" 오! 굿모닝?"

선생님이 앞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 응, 짝들 정했는가? 연이, 뭐혀. 빨리 앉지 않고.

짝을 아직 못 정했는가?"

나는 얼른 은정이 옆으로 앉았다.


" 아따... 몸은 여깄 고 가방은 저짝에 있고, 은 어딨고... 하니께 못 앉쥬?"

완식이가 누군가의 흉내를 내며 말했다.

" 요 녀석. !  니는 어디 앉을 거?"

라고 선생님이 말했다.

완식이는 가방을 맨체  완석이 옆으로  앉았다.


" 어제 말했듯이 지금 이 한 분단이 한 팀이 돼서 학급신문을 만든다. 4 분단이니까 네 개의  각각 다른 신문이 나오겠제? 시간 날 때마다 상의하고.

그리고 잘 들어라.

수업 끝나면 빨리들 집에 돌아갈 것. 될 수 있으면 같은 방향 친구들하고 하교해라.

요즘 학교 주위에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서성거린다는 소문이다. 누가 새로 나온 과자라고 먹어 보라고 주면 곧장 학교나 어른들께 말할 것. 그리고 손도 대면 안된다. 나쁜 인간들이 아주아주 안 좋은 약물을 넣었다. 경찰에서 순찰 돌지만 학원가는 사람,  레슨 가는 사람, 특별히 주의할 것.

알겠냐?"

"네"

엄마가 말한 이야기랑 같았다.

이상한 사람, 무서운 사람. 


학교가 끝나고 정문을 나가는데 어른들이 많이  마중 오기도 했다.


"  학생. 선생님이 뭐랬제?"

뒤에서 완식이가 어른처럼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

" 학급신문 만들어?"

" 그거 말고, 혼자 다니지 말라했지? 같이 가자."

완식이는 같은 동네가 아니고 영등포 시장 쪽인데... 반대 방향이다.

" 넌 저쪽이잖아."

" 괜찮아. 오늘은 한자교실 안 가도 돼. 가자!"

뒤에서 누군가 타타타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 야! 나만 두고 가냐?"

완석이가 완식이 등에 와락 하고 업혔다.

키가 한 뼘이나 큰 완석이가 업히자 완식이 몸이 뒤로 젇혀졌다.


셋이서 나란히 걷게 되었다.

은행나무에서 은행이 후두둑 떨어져 까치발깔깔 웃으며 걸었다.

" 이건 지뢰밭이야!" 완석이가 소리쳤다.

" 으윽... 나 밟은 거 같다."

노란 은행 잎과 통통한 은행 열매가 땅바닥에 뒹굴어 머구 섞여 잘 분간이 안된다. 밟으면 톡 하고 터져 신발 바닥 사이에 끼면 고약한 냄새가 났다.


" 있잖아. 학급신문말이야.... 은행잎이나 단풍잎 모양의 종이를 크게 붙여서 그 잎을 열면 잎 아래에 글이나 사진이 보이게 하면 어떨까? '가을을 발견했다' 아니면 , '내가 만난 가을'이라는 기사로."  

내가 말했다.

둘이 눈만 깜빡이며 조용해지더니

동시에, " 오.... 오....! 그거 괜찮네! "

" 입체 뉴스네."라고 말했다.

셋이서 이야기하며 천천히 걸으니 땅바닥에 은행 열매가 어떤 건지 눈에 보였다.


천천히.

잘... 보면.

길이 보인다.


어느새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 완식이 너 어떡해 혼자 돌아가야 하잖아?"

완식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 학급신문 어떻게 만들지 아이디어가 났으니 다른 생각 있으면 또 말해줘. 재밌겠는걸? 나 간다!"

조심히 가라고 손을 흔들어 친구를 보냈다.

완석이도 자기 집에 돌아가고 나도 집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문 앞에 서있는 데 처음 보는 남자가 옆에 다가왔다. 검은색 모자, 옷, 신발도. 커다란 검은색 큰 백을 들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그리고 저 가방 뭐지...?

순간 어른들 말이 생각나 경비실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 참, 엄마가 잠깐 기다리라고 했지!" 하고 방향을 틀었다.

그 남자는 나를 힐끗 보더니 먼저 엘리베이터를 탔다. 13층에서 멈췄다.

나는 엘리베이터가 멈춘 후에 빨리 10층 버튼을 눌렀다.

이상한 사람이 저런 느낌인가?

집에 도착해 빨리 현관문을 잠그고 내 방에 들어갔다.

띵똥... 띵똥...

엄마가 인터폰 화면을 보고 " 누구세요?" 했다.

화면에 비친 사람은 아까 그 검은색 남자가 서있다.

" 엄마! 이상한 사람."이라 말하려는데 그 남자가

" 네, 세탁물 받으러 왔습니다."

" 아, 잠깐만요. " 하고 엄마가 커다란 ㅇㅇ세탁이라고 쓰여있는 검정 가방을 그 남자에게 건넸다.

내가 빼꼼히 얼굴을 바라보니 그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놀라는 표정이었다.

창피해서 내방으로 도망갔다.


모르겠다.

수상한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데?

겉모습은 평범한 사람 같아도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이 사악하다고 할머니가 그랬다.

아마도 보통 사람과 다른 사람것 같다.


다음아침, 로운 짝인 은정이가 옆에 앉을 생각을 하니 마음하늘 위 구름이다.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려서 보여줄까?

학교에서 우리 분단은 쉬는 시간이나 조례 전에 모여 각자 맡은 분담을 서로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주신 커다란 종이 위에 나무를 그리고 낙엽  뒤집는 오브제는 나무 뉴스 하단에 네 개의 주제로 장식했다.

은정이는 전체적인 삽화를 그리고 나는 채색과 장식을, 나머지 아이들은 기사를 담당하였다.

모두 자기가 담당한 부분을 가져와 우리 분단의 학급 신문은 다른 분단보다 빨리 끝나 결과물을 뒤의 게시판에 걸었다.

 분단의 신문도 다 완성되고 학급 상담을 하러 오신 엄마들이 칭찬을 많이 해 주셨다. 사진도 찍어 가셨다.


12월이 되자 선생님이 겨울 방학 얼마 안남았는데자리를 바꿀까 말까를 우리들에게 물었다.

거수로 하니 그대로 유지하자는 표가 많았다.

은정이가 나를 보며 씨익 웃으며 브이 손모양을 만들었다.

2학기 종업식이 끝나고 교감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다.

" 겨울 방학 모두 건강히 잘 보내고. 여러분들  6학년이에요. 그래서, 한 가지 빅뉴스가 있어요.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회의를 했는데, 내년 일 년만 있음 곧 중학생이 되니, 이 학급이 그대로 6학년으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학급도 6학년 3반이 되는 거지.

중학교 배정이 자기가 살 고 있는 주거 지역으로 나눠지기 때문에, 서로 초등학교 마지막까지 좋은 추억 만들길 바래요."

애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자 누군가가 " 담임 선생님은요?" 하고 물었다.

담임 선생님은 바뀐다고 말씀하셨다.

" 에....?" 모두 실망한 목소리였다.

김평배 선생님이 교감선생님 옆에서 눈물을 그렁 거리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칠판으로 몸을 돌렸다.

누군가가 , " 싸나이는 눈물을 보이는 게 아녀!" 하고 소리치자 교감 선생님이 '풉' 하고 웃으셨다.

6학년 담임 선생님은 내년에 알려 주신다며 교실을 나가셨다.


크리스마스 선물 같다.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같은 반이라니..

일 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니...

기분이 좋다.

창밖에는 하얀 함박눈이 조용히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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