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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Jul 25. 2023

”풍경을 가두어 무대를 만들다“

카페 락가든

”풍경을 가두어 무대를 만들다“ - 카페 락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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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건축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빌릴 차(借)’에 ‘경치 경(景)’을 쓰는 ‘차경’과 ‘마당 장(場)'에 ’경치 경(景)'을 쓰는 ‘장경’이다. 경치를 빌리는 차경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좋은 경치가 있는 부분으로 창을 뚫고 감상한다. 마당의 자연과 관계가 깊어, 관객은 집안에서 풍경을 감상하다 밖으로 나와 풍경에 스며들 수 있다.


장경 또한 자연을 향해 창을 뚫지만, 관객이 풍경에 개입하지 못한다. 마당에서 행사가 열렸던 걸 생각해 보면, 마당의 ‘장’은 무대다. 오롯이 관람석에서 무대를 바라보기 때문에, 장경은 관객이 개입할 수 없는 마당 뒤의 산, 바다, 하늘을 담아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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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락가든’은 주차장인 하층부 필로티와 카페인 상층부로 나뉜다. 심학산 밑자락에 있다 보니, 건물의 입구가 경사지에 걸쳐 있다. 주차장에서 내려 내부로 들어가는 동안 여러 방향, 다양한 층위에서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데, 가까이는 바위 정원, 멀리는 심학산 산책길을 본다. 이들은 곧 건물 형태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한다. 동시에 풍경을 가두어 무대로 사용하는 ‘장경’ 기법을 사용한 예이기도 하다.


부지 건너편에 있는 바위 정원과 숲을 조망하기 위해 건물은 일자로 배치되었다. 부지 뒤편의 잔디와 경사로를 훼손하지 않으려 건물을 구부렸다. 바위 정원에서 사람들을 거닐며 자연과 호흡할 수 있지만, 카페에서는 주차장이 둘 사이에 위치하여 거리를 늘어뜨린다. 풍경은 자연스레 무대가 된다.


구부러진 건물로 내부는 한 번에 보이지 않는다. 공간 끝을 궁금하게 만들며 관객을 깊숙이 끌어당긴다. 기울어진 외쪽지붕으로 실내는 높이 차이가 생겨 단조롭지 않고, 처마로 생긴 긴 띠는 시선을 자연스레 밖으로 향하게 한다. 자리에 앉으면 필로티 주차장은 시야에 사라져 무대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주목받는 바위 정원과 숲이 만든 무대를 감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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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건물은 경관을 내부로 들일 때, 활처럼 휘어 볼록한 부분이 밖을 향하도록 한다. 넓게 조망하기 위해서다. 반면에 이곳은 오목한 부분이 밖으로 향한다. 풍경을 가두는 모습에서 무대를 둘러싼 관람석을 떠올리게 한다. 카페 이름의 ‘락’을 바위가 아닌 가두다의 ‘Lock’이 먼저 떠올랐던 것도 이러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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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구중정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 @koojoongjung_architects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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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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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돌곶이길 27 카페 락가든

매일 10:00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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