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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겨울에는 하타요가를

패촐리 아로마 - 하타요가

by 요가언니



밖은 추워도 요가원은 따뜻하니까, 겨울은 자꾸만 요가원에 가고 싶은 계절이다. 잘 달궈진 요가원 바닥에 놓인 적당히 따뜻해진 요가매트에 눕는 것은 푹신한 침대에 눕는 것 못지않다. 좀처럼 땀 흘릴 일 없는 겨울에, 발바닥을 타고 올라온 온기가 수리야나마스카라 몇 차례를 통해 온몸으로 퍼지고, 그 열기로 몸이 풀리는 느낌도 좋다.


숙련된 수련자들이 모여 브르스치카아사나까지 접근하기 위한 하타요가의 여정을 시작하면 고요한 수련실은 금세 들숨과 날숨이 모여 호흡의 파도가 만들어지고, 호흡의 파도가 내뿜는 열기는 거울과 창문을 뿌옇게 만들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그래서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 무력함에 좌절하고 정신없이 흔들리다가 결국은 나를 놓아버리고 말았지만, 매트 위에 선 나 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껏 예민한 상태로 하타요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긴 호흡으로 후굴을 유지하며 몸이 부드러워지고 열리는 느낌에 집중했다. 내 감정을 못 본 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풍부하게 받아들였다.


거친 감정의 풍랑을 겪어내고 매트로 돌아온 나의 발목을 잡아준 선생님의 사바아사나 핸즈온은 위로였다. 나의 발목을 누르는 선생님의 무게는, 기쁨과 열정과 쾌락과 슬픔과 후회와 미안한 마음과 그를 기다리는 마음이 한데 뒤엉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나를 진정시켰고, 발목을 잡은 따뜻한 손바닥의 온도는 얼어있는 내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지난 불면의 밤들에 나를 지켜준 것은 패촐리 아로마였다. 베개에 떨어뜨린 한두 방울의 패촐리 오일은 괴로움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도움이 됐다. 혹은 패촐리 오일과 오렌지 오일을 알코올과 따뜻한 물에 블랜딩 하여 침실에 스프레이 하는 것도 기분 전환이 된다. 패촐리 아로마는 뇌를 자극시켜 감정적으로 발란스를 이루고, 심신을 릴랙스 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패촐리를 이야기할 때는 그라운딩 효과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살 수 있도록 의지를 준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되겠다. 땅의 기운처럼 차분하게, 풍부하게,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라운딩은 요가에서 말하는 제1 물라다라 차크라와 관련지어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실에 뿌리내릴 수 있게, 그래서 나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믿고 스스로 힘을 내고 살아낼 수 있게 해 준다.


사실 패촐리는 강한 흙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있는 무거운 아로마이다. 이는 잎을 자른 후 건조, 발효시켜서 증류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위스키나 보이차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향이 풍부해진다. 일반적으로 아로마 에센셜 오일은 1년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패촐리는 오래되면 될수록 향이 더 좋아지는 드문 오일 중 하나이다.


가만히 오랜 시간 나를 들여다보고, 나에게 가장 솔직한 사랑을 해야지.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하타요가처럼, 보이차처럼, 패촐리 아로마처럼.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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