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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Aug 30. 2021

네 번 산책하는 남자

누가 슈렉이일까요?


“놀이터에서 슈렉이랑 똑같이 생긴 친구 만났어. 근데 우리 슈렉이가 날 닮아서 롱다리야!”


라고 말하고 스스로도 우스웠다. 내가 자식도 없고 딱히 자랑할 만한 것이 없는 사람이기 망정이지, 공부 잘하는 자식 하나라도 있는 엄마였으면 가관이겠다 싶어서 말이다.


산책시간에는 동네 친구들을 만나 사회생활을 합니다.


한 번은 동네 요가원에 갔는데 옆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슈나우저 키우시지 않나요?”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 엄마랑 제가 그 강아지 볼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라고 부르거든요. 아침에는 어떤 남자분이 산책시키고, 낮에는 여자분이, 저녁에는 그쪽이 산책시키는 것 봐서요.”

“맞아요. 저희 아빠, 엄마, 제가 돌아가면서 산책시켜요. 하루에 네 번 나가거든요.”


슈렉이가 동네에서 유명한가 보다.


옆 동에 사는 친구는 1살 아기인데 덩치가 이렇게 커요.


하루에 네 번씩이나 산책을 하게 된 연유는 이렇다. 분명 아주 어렸을 때는 집안의 배변패드에 쉬를 잘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인가 배변패드가 깨끗했고, 슈렉이 할머니, 그러니까 나의 엄마는 슈렉이의 방광 건강을 위해 더 자주 산책을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에이, 급하면 배변패드에 볼 일을 보겠지. 너무 자주 데리고 나가니까 집에서 쉬를 안 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 얘는 집안에 쉬를 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참고 있는 거야. 얘가 얼마나 괴롭겠니? 매정한 것 같으니.”


내가 졌다. 그렇게 슈렉이는 하루에 네 번 산책을 하는 강아지가 됐고 그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예외가 없다. 오히려 비가 올 때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슈렉이를 엄마는 어르고 달래서 데리고 나가서 볼 일을 보게 하신다. 뭐가 맞는지는 모르지만 슈렉이의 하루 일과는 그렇다.


엉덩이를 하늘로 올리고 몸을 낮추는, 같이 놀자는 표시의 몸동작이 춤을 추는 것 같다.

산책을 많이 나가니, 동네 친구들도 많다.


“슈렉아 여기 큰 친구 있네. 가까이 가보자.”

라고 해도 못 들은 척한다. 그리고는 자기와 사이즈가 비슷하거나 작은 강아지들하고만 잘 논다. 무모하지 않고 현명한 처세라 해야 할지, 비겁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싸우지 않고, 다치지 않고 잘 노니 그걸로 엄마는 됐다.


달려 달려!

슈렉이는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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