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슈렉이랑 똑같이 생긴 친구 만났어. 근데 우리 슈렉이가 날 닮아서 롱다리야!”
라고 말하고 스스로도 우스웠다. 내가 자식도 없고 딱히 자랑할 만한 것이 없는 사람이기 망정이지, 공부 잘하는 자식 하나라도 있는 엄마였으면 가관이겠다 싶어서 말이다.
한 번은 동네 요가원에 갔는데 옆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슈나우저 키우시지 않나요?”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 엄마랑 제가 그 강아지 볼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라고 부르거든요. 아침에는 어떤 남자분이 산책시키고, 낮에는 여자분이, 저녁에는 그쪽이 산책시키는 것 봐서요.”
“맞아요. 저희 아빠, 엄마, 제가 돌아가면서 산책시켜요. 하루에 네 번 나가거든요.”
슈렉이가 동네에서 유명한가 보다.
하루에 네 번씩이나 산책을 하게 된 연유는 이렇다. 분명 아주 어렸을 때는 집안의 배변패드에 쉬를 잘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인가 배변패드가 깨끗했고, 슈렉이 할머니, 그러니까 나의 엄마는 슈렉이의 방광 건강을 위해 더 자주 산책을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에이, 급하면 배변패드에 볼 일을 보겠지. 너무 자주 데리고 나가니까 집에서 쉬를 안 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 얘는 집안에 쉬를 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참고 있는 거야. 얘가 얼마나 괴롭겠니? 매정한 것 같으니.”
내가 졌다. 그렇게 슈렉이는 하루에 네 번 산책을 하는 강아지가 됐고 그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예외가 없다. 오히려 비가 올 때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슈렉이를 엄마는 어르고 달래서 데리고 나가서 볼 일을 보게 하신다. 뭐가 맞는지는 모르지만 슈렉이의 하루 일과는 그렇다.
산책을 많이 나가니, 동네 친구들도 많다.
“슈렉아 여기 큰 친구 있네. 가까이 가보자.”
라고 해도 못 들은 척한다. 그리고는 자기와 사이즈가 비슷하거나 작은 강아지들하고만 잘 논다. 무모하지 않고 현명한 처세라 해야 할지, 비겁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싸우지 않고, 다치지 않고 잘 노니 그걸로 엄마는 됐다.
슈렉이는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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