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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Jul 19. 2021

드라이브를 즐기는 강아지

재동이는 물 앞에 가면 자동으로 앞 발 뻗고 수영할 준비 완료(좌). 모터보트의 자기 자리에 안정적으로 앉아있다. (우)


“꺄악~ 너는 구명조끼도 있구나!”


강아지 전용 구명조끼가 있다. 마리나에 가면 개인 라이프 재킷을 갖춰 입고 요트를 타는 강아지들을 볼 수 있다. 어려서부터 배에 태우면 강아지들이 배도, 물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동이, 몽이, 피코를 보고 알았다.


요트타는 몽이(좌)와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털 휘날리고 있는 피코(우). 재동이, 몽이, 피코 모두 요트 쫌 타본 강아지들.


사실 내가 재동이, 몽이, 피코에게 부러운 것은 전용 라이프 재킷도, 요트를 타는 것도 아니다. 바로 마리나까지 장거리를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강아지들이라는 점이다.


슈렉이는 자동차 타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한다. 그의 기억 속에 자동차의 첫 기억과 강렬한 기억은 두려움인 것 같다. 차를 타고 내렸다 하면 무시무시한 병원에 도착하니 말이다. 차를 태워 서울숲에도, 남산공원에도 데려갔었는데, 차만 타면 한겨울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침까지 질질 흘리고 있으니...... 그 모습이 안쓰럽기 짝이 없어서


‘좋은 데를 데려가겠다고 이렇게 싫어하는 차를 태우는 것이 정말 좋은 걸까?’

‘데리고 놀러 가는 것 자체가 강아지에게 스트레스이니, 안 가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된다.  



병원 대기실에서 지치지도 않고 탈출 시도 중. 달려도 달려도 제자리 ㅠㅠ


병원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쇼생크 탈출이 시작된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굳은 결의로 몸부림을 친다. 그건 대기 시간이 길어져서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절대로 수그러들거나 진정되지 않는다. 헥헥헥헥 호흡이 가파르고,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온 몸으로 발버둥을 친다. 보는 내 심장이 다 터질 지경이다.


그렇게 진료실에 들어가고 나면 몸무게가 8kg나 나가는 큰 강아지가 벌벌 떠느라 진료를 볼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나는 옆에 있어주고 싶은데, 진료 진행이 원활히 되지 않으니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문 밖에 나가 슈렉이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를 차에서 내려줘! (좌) 좋아서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헐떡거리느라 힘들어서 혀를 내밀고 있는거에요.(우)


자동차에 안전하게, 편안하게 태우려고 전용 카시트, 전용 안전벨트 등등을 사 봤자 소용이 없었다. 마음이 편해야 편히 앉을 텐데, 창밖으로 뛰어내릴 기세로 서있기만 한다. 이동장에 넣어서 데려가려고 큰 이동장을 샀는데 눈치가 백 단이어서 절. 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 안에 온갖 맛있는 간식을 넣어놔도 간식을 포기할지언정 들어가지 않는다. 간식을 포기할 정도면 정말 싫다는 뜻인 거다. 그 큰 이동장은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채 창고 한가운데만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차를 타고 가는 곳이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이거나, 맛있는 간식이 준비되어 있는 애견카페였으면 슈렉이도 차 타는 것을 좋아했을까? 병원에 데려갈 때가 되어서야 차에 태웠던 게으르고 무심한 내가 원망스럽다. 이제는 강아지의 기억을 되돌릴 수도 없는데 말이다. 나 같은 엄마를 만나지 않았다면 너도 드라이브를 즐기는 강아지가 될 수 있었을까?






슈렉이는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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