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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Mar 18. 2023

요가로 병을 고칠 수 있을까

사진 출처 https://www.healthline.com


“항암 하면 굶어 죽거나 패혈증으로 죽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어. 괜히 시작했어, 항암치료.”


아버지의 항암치료를 간병 중인 친구가 말했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간과 담낭에 염증이 생겼다고 했다. 화가 난 친구는, 본인은 암에 걸리더라도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다 죽이는 항암치료는 절대로 안 하겠다고 말했다. 암에 관해서 아는 것이 없는 나는 듣고만 있었다.


경중은 다르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투약에 학을 떼고, 다시는 병원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 것이 바로 지난달 일이다. 2월 초 마지막 병원 진료 후 약물치료를 중단했다. 2021년 3월 1일부터 꼬박 2년을 매일 아침 먹었던 호르몬제를 끊었다. 복용을 중지하면 바로 몸에 반응이 나타날 줄 알았는데 2년간 축적된 호르몬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입과 코 주위에 뾰루지가 나기 시작했다. (여드름이 날 나이는 한참 지났는데)’

‘잠이 쏟아진다.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매일 기절하듯 잠이 든다.)’


호르몬제를 끊고 첫 일주일 동안 몸의 변화를 관찰하며 해 둔 메모들이다. 이런 부수적인 것 외에 내가 생각하는 변화, 그러니까 생리를 다시 시작한 것은 정확하게 28일 이후였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몇 년 후에 내 몸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든, 이번 결정의 계기와 내 판단 기준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2년 전에도 분명 ‘비잔’이라는 호르몬제를 복용하기로 결정을 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을 텐데, 지금으로서는 그때의 기억은 사라지고, 후회만 남았다. 항암치료를 선택한 친구처럼.


“제가 이 초음파 결과를 본 이상 수술로 제거하든지 약물 치료를 하든지 둘 중 하나는 해야 합니다.”

2년 전 새로 바뀐 주치의는 단호했다. 다른 병원으로 옮긴 이전 주치의와는 완전히 다른 톤에 나는 당황했다. 그때 나는 이미 5년째 난소 혹을 추적검사하고 있는 중이었고, 적극적인 치료를 거부하고 크기가 획기적으로 커졌을 때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전 의사 선생님은 내 의견을 존중했으나 새로 바뀐 선생님은 강경했다. 보류라는 선택지는 없었고 수술과 약물 치료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여전히 몸에 칼을 댈 생각이 없었기에 떠밀리듯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그때는 모든 치료비용과 부작용이 내 몫이라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비잔’이라는 호르몬제는 체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양을 줄여 생리를 멈추게 한다. 생리를 멈춰 매달 진행되는, 자궁벽이 임신을 준비했다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없애 자궁내벽과 난소에 생기는 혹의 발생 자체를 막는 메커니즘이다. 실제로 난소 혹의 크기는 2cm가량에서 1cm로 줄었다. 고작 1cm가 주는데 2년이나 걸렸다는 것이 문제 이긴 하지만.    


비잔을 복용하면서 유일하게 좋았던 점은 생리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것이었다. 2년간 정말 편했다. 여행일자를 잡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운동 스케줄이나 수영장 스케줄을 조절하지 않아도 됐다. 한 달에 3~4일씩 느껴야 하는 생리통을 견뎌낼 필요도 없었고, 진통제를 먹어가며 통증과 싸울 필요도 없었다. 더 이상 생리대, 탐폰 비용도 들지 않았다. (물론 병원에 다니며 비교할 수 없이 더 많은 진료비를 지불하긴 했다.) 하지만 그 외의 것은 모두 힘들었다.


인공적으로 에스트로겐 양을 줄이므로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기에 병원에서는 이를 트래킹 했다. 1년에 한 번 유방암 검사와 골다공증 검사를 했다. 한번 검사할 때마다 200만 원가량을 지불하게 되는데, ‘왜 멀쩡한 몸에 내 돈 들여 호르몬을 주입하고, 골다공증과 암 발생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가슴을 가차 없이 짓눌러 검사하는 유방암 검사는 괴로웠고, 6개월마다 하는 질 초음파는 할 때마다 불쾌한 경험이었다. 종합병원의 기본 2시간 대기와 2분 속성 진료는 사람을 진 빠지게 했다. 진료만 보고 오면 녹초가 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약을 먹기 시작한 지 9개월가량 되었을 때는 두피에 문제가 생겼다. 비잔의 부작용 중 탈모가 있는데, 탈모를 유발한다는, 무려 완치가 없고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두피염, 모낭염이 한꺼번에 왔다. 처음에는 면역력이 떨어졌나, 노화가 왔나, 스트레스가 많나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면 호르몬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약을 바르고 먹어도 낫지 않아, 피하고 싶었던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하지만 두피염 모낭염은 현재진행형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심리적인 것이었는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여성호르몬의 양을 줄여 생리를 하지 않게 만든다는 콘셉트 자체가 폐경과 다를 바가 없었다. 스트레스와 환경오염이 심한 요즘 세상에서는 40대에도 조기폐경이 온다고 하는데, 어차피 곧 있으면 올 폐경을 나는 내 돈 들여 앞당기고 있는 것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폐경을 늦추려고 호르몬제를 먹는데, 나는 폐경을 앞당기는 호르몬제를 먹는 것이잖아? 내가 내 몸에 뭘 하고 있는 거지? 임신과 출산의 계획도 없으면서 괜히 ‘이제 내 몸은 여성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것인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몸이 늙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약을 먹는 동안 성욕이 거의 없었다.


아유르베다 의사 선생님께 아유르베다 수업을 듣고 있다. 아유르베다는 남아시아 지역, 그러니까 인도와 태국, 네팔 등 국가들에서 활용하는 전통의학이다. 중국, 한국의 동아시아지역에 중의, 한의의 전통의학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병이 생겼을 때, 서양 의학이 원인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아유르베다는 전반적인 몸의 상태를 원래로 돌려놓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 방식으로 아로마테라피, 마사지, 섭생, 요가 등이 활용된다.  ‘균형’이 키워드라 할 수 있겠다.


요가, 명상, 건강한 식생활, 아로마테라피, 아유르베다. 내가 믿는 것들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다. 그래서 2년 후에 어떤 글을 쓰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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