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화양영화 06화

Dogs, be ambitious!

- 김뭉치가 본 뭉치 주연 애니메이션 <언더독> 리뷰

by 김뭉치

<언더독> 포스터에는 감독의 이름이 없다. 대신 이렇게 써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 감독”.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지 못한 터라 그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지 못한다. 얼마나 훌륭한 애니메이션이기에 감독은 본인의 이름까지 지운 채 전작의 제목을 포스터에 썼을까.


한국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

사실 한국 애니메이션엔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물론 어릴 때부터 TV용 애니메이션은 좋아했다. 앞서 말한 ‘한국 애니메이션’이라 함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되겠다.


그러고 보니 디즈니의 <겨울왕국>이 1000만 관객 열풍을 일으켰고, 투니버스 등 TV 채널에선 외국 애니메이션들이 봇물을 이루듯 방영되는 세태에서 ‘한국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라 하면 연상호 감독 외에는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가 없다. 아마도 유아용, TV용 애니메이션이 극장용보다 훨씬 돈이 되기 때문에 모두 그쪽으로 쏠려 버린 듯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업영화로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이들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관객들이 좋은 영화, 좋은 작품을 만나려면 무엇보다 생태계가 다양해야 할 텐데 국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관객들이 좋은 영화, 좋은 작품을 만나려면 무엇보다 생태계가 다양해야 할 텐데 국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와중에 만난 <언더독>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어 나를 기쁘게 했다. 척박한 국내 장편애니메이션 산업 현실 때문에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 제작에만 6년이 걸렸단다. 지브리 풍의 일본 애니메이션과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만 익숙했던 나에게 <언더독>에서 보여주는 한국적 풍경들, 공간들은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익숙한 우리나라의 산세가 마치 한국화를 보듯 아스라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유기견들이 숨어 있는 재개발 중인 폐건물촌은 아찔하리만치 현실적이다. 전자는 수채화처럼 파스텔톤으로 흐릿하게 부드럽고, 후자는 섬세한 질감이 돋보인다.


(좌) 익숙한 우리나라의 산세가 마치 한국화를 보듯 아스라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우) 유기견들이 숨어 있는 재개발 중인 폐건물촌은 아찔하리만치 현실적이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유기견들이 기어코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며 찾아가는 곳은 DMZ 비무장지대다. 이곳을 애니메이션에서 보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언더독>에선 그게 가능하다. 그곳을 향하며 벌어지는 자유로 일대에서의 로드킬은 어쩌면 당연한 전개일지도 모른다. <언더독>은 단순히 한국의 풍경과 공간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사회상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따라서 관객은 유기견들을 챙기는 외국인 노동자 말란 씨와 말란 씨를 자른 추어탕집 아주머니의 모습까지 마주할 수밖에 없다. <언더독>의 유기견들이 보는 세상은 곧 우리(언더독underdog, 약자)가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잔인한 현실 앞의 동물권

지금까지 개를 소재로 나온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대개는 인간 입장에서 나온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오성윤 감독은 유기견 보호소의 얼굴이 뭉개진 시추를 TV프로그램 <동물농장>에서 보고 <언더독>의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한다. 유기견들은 이효리, 이상순 부부를 떠올리게 할 만큼 마음 따뜻한 부부의 집에서 편히 머물 수도 있었지만, 짱아를 제외하고 끝내 자신들만의 낙원을 찾아 떠난다. <언더독>의 개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결정한다(이 메시지는 비단 동물권 이슈가 아니더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하다). 인간과 함께할 때 행복한 개도 있지만(짱아) 그렇지 않은 개들도 있는 것이다(뭉치, 밤이, 토리, 개코, 아리, 까리). 이들은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 자신의 길을 간다. 지금까지의 개 소재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언더독>이 동물권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는 주장은 그래서 유효하다.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


<언더독>은 단순히 유기견에 관심을 갖자는 교훈적인 주제에서 더 나아간다.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유기견의 대척점에 개를 버린 인간이 있다. 뭉치는 성견이 되면 엄청나게 커지는 강아지였지만 뭉치의 주인들은 아기 뭉치가 귀엽다며 뒷일은 생각지 않고 뭉치를 사 버린다. 그리고 뭉치가 (과장을 보태) 집채만큼 커지자 짐짓 어쩔 수 없다는 코스프레를 하고 뭉치를 버린다.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주인이 던진 테니스공을 물고 있는 뭉치. 이 영화의 도입부는 관객의 오열을 불러일으킨다. 극장에선 모두 한마음 한뜻이라는 듯 울음이 터졌고 그 울음은 영화 상영 내내 계속됐다. 참을 수 없는 눈물을 흘리는 사이, 한 어린이 관객이 “이 만화, 어린이용 만화 맞아? 어린이용인데 왜 이렇게 무서워”라며 엄마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다지도 잔인하게 비춰진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언더독>이 비단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온 가족들이 함께 봄직한 작품이라는 것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뭉치가 드디어 주인이 준 테니스공을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가는 순간!


오성윤, 이춘백을 기억하라

국내 장편애니메이션 더빙에 성우를 기용하지 않고 배우들을 쓰는 것에 대한 문제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언더독>의 감독들은 잘하는 배우가 목소리 연기를 맡아주면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국내 장편애니메이션은 다른 상업영화와 달리 마케팅이 훨씬 중요하다는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덩달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드 문제로 중국의 투자가 끊기는 등 제작단계에서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던 <언더독>은 뭉치의 목소리 역을 맡은 도경수(엑소의 디오) 팬들의 와디즈 후원이 크게 작용해 천신만고 끝에 개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도경수의 인터뷰를 보면 목소리 녹음을 먼저 하고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영상을 참고해 캐릭터 작화를 진행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동물들은 이상하게 각 주연 배우들을 닮은 듯하고, 관객에게 대사와 표정이 일치하는 쾌감을 선사한다.


동물들은 이상하게 각 주연 배우들을 닮은 듯하고, 관객에게 대사와 표정이 일치하는 쾌감을 선사한다


정말 잘 만든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 <언더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앞서 말했던 <언더독>의 포스터에 드러나지 않았던 감독의 이름은 오성윤이다. 그는 이춘백과 함께 이 작품을 만들었다. 앞으로는 연상호 감독 외에도 그들의 이름을 떠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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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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