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길
축령산 자연치유의 숲…
23년에 몸과 마음이 내 것이 아닌 듯한 아픔으로 휴직을 했다. 그때, 내게 마음의 ‘평안‘을 알게 해 준 숲이 있다. 그 숲 안을 걷다 보면 인생도 평화롭고 안전하기를 기원하게 한다.
사려니 숲이나 제주도의 올레길들은 좋지만 멀리 있어 자주 볼 수 없는 친구라면
축령산 편백나무 숲은
아침에 출근하듯 반바지 차림으로 가도
반갑게 나를 맞아주는 동네 친구와도 같다.
(그러고 보니 동네 친구라는 말이 점점 사라지네요.)
축령산 편백나무 숲은 희한하게 산 중턱 위에 있다. 그래서 편백숲의 좋은 공기를 마시려면 몇 개의 코스로 조금 힘든 산행을 해야 한다. 보통 추암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과 모암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이 흔한 길이다. 난 추암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을 좋아한다.
흙길이나 야자매트가 깔린 길은
나무의 푸름과 황토색의 따뜻함,
그곳에 서있는 내 옆으로 살며시 안아주고 지나가는 바람이
혼자 걸어도 더 따뜻하게 한다.
편백나무 중간을 가로지르듯 길고 완만하게 이어진 데크길도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일상을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산뜻한 기분으로 만들어 준다.
데크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몸은 나무 향을 품고,
숲은 나를 품어준다.
그리고 하늘은 푸르다.
편백나무 사이로 비추는 햇살은 내 마음도 푸르게 물들인다.
길을 돌아 홈런 치고 홈으로 돌아오는 야구 선수처럼 터덜터덜, 의기양양 내려가다 보면 치유받은 마음만큼의 허기로 시골밥상을 마주한다.
“그래, 사는 게 뭐 별거 있나”하는 마음으로 뿌듯해하고, 막걸리 같은 콩물은 나그네 속을 달래준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를 분출하여 치유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나무와 나무가 만나 숲을 이루고,
그 숲이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는 것만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이치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터덜터덜 지친 나를 편백 숲에 던지고 싶다.
-24. 9. 5. 로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