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을 가진다는 것
어릴 적 내 방이 없던 나는, 내 방을 가지는 것이 로망이었다. 이사를 거듭하면서 내 방이 생기자 나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온전한 공간에서 내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 브런치를 사용하는 이유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글을 쓴다는 것. 내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도 있고, 무언가를 나눈다는 의미도 있으며, 새로운 것을 알려준다는 의미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온전하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 그 글들을 한 곳에 차곡차곡 모으고 싶다는 마음, 나만의 글쓰기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 이런 것이 한데 어우러져 브런치에 정착하게 된 것 같다.
나만의 서재가 오프라인에만 있어야 할까
브런치의 이런 발상은 신선한 자극이 된다. 오프라인 서재가 없더라도 온라인 서재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자면, 나의 위치가 어디든 나는 온라인 서재로 빨려 들어간다. 내 집도 좋고 사무실도 좋고 스타벅스도 좋다. 어디든 어떠랴. 브런치의 흰 여백을 마주하면 나는 나의 공간에 있게 된다.
그것이 브런치를 사용하는 이유일 것이다.
처음에는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은 욕심에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나만의 책꽂이가 만들어져 가는 느낌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나의 글들이, 나의 매거진들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그것들이 나의 온라인 서재를 조금씩 메우고 있다. 이렇게 완전한, 나만의 서재를 언제 가져보겠는가.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나의 서재를 좀 더 이쁘게, 잘 정돈해서 가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한 나를 느끼는 공간. 브런치에서 나는 거침없이 써 내려간다. 마음 놓고 생각한다.
일요일 아침, 조용히 나는 내 서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