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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꾸미 덮밥

말하는 것보다.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by 밝은얼굴 Mar 03. 2025


요즘 남편과의 대화가 재미있다. 전에는 말투, 억양, 쓰는 단어등을 신경 쓰느냐고 편하게 대화하지도 못했거니와 대화코드가 좀처럼 맞지 않아 재미를 느끼기보단 부부로써 살면서 필요한 대화를 주로 했는데(만족하지 못했단 건 아니다.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고맙다.) 긴 수련(?)을 하니 몸에 배어서 말투, 억양등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해서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 쭈꾸미 덮밥 ]

쭈꾸미

청경채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오이

다진 마늘

다시마팩

전분

진간장

멸치액젓

청양고추(취향)

< 추가 재료 >

매생이


브런치 글 이미지 1


가족 간의 대화는 주로 식탁에서 이루어지는데, 맛있는 음식이 함께라면 더 좋은 시너지를 준다. 이번에 만든 쭈꾸미 덮밥오이를 넣었는데 오이의 존재감이 티 나지 않고, 대화 하면서 간단하게 뚝딱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신랑에게는 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하게 만들어주고, 내 것은 매생이를 넣어 더 걸쭉한 맛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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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는 썰어서 소금을 약간뿌려 절여놓는다. / 팽이버섯은 적당히 나눠준다. / 느타리버섯은 큰것은 손으로 찢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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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꾸미는 새끼손가락마디로 잘라준다.(사진처럼 잘게 자르니 감질맛이난다.) / 냄비나 팬에 물과 다시마팩을 넣고 끓여준다.


남편에게 재잘재잘 말하다 보면 남편도 회사에서 겪은 일,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들 등을 얘기해 주는데, 그럴 때면 내 말을 최소한으로 멈추고 고개를 끄덕여주며 공감해 주고 관심 있게 들어준다. 그러고 난 뒤 또 내 얘기를 재잘재잘하다 보면 맛있는 식사시간이 끝나가는데 즐거운 대화와 가족 간의 밥상이 추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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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두른 팬에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 오이와 쭈꾸미를 넣고 볶아준다.
멸치액젓과 진간장을 한 스푼 넣어준다.(간은 진간장으로 취향껏 가미해 준다.)멸치액젓과 진간장을 한 스푼 넣어준다.(간은 진간장으로 취향껏 가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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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과 채소를 넣고 익혀주다가 / 다시마 육수를 부어준다.
브런치 글 이미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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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칼하게 청양고추를 넣어주고 끓여준다. / 전분물을 넣어주고 잘 섞어준다.
보글보글 걸쭉한 국물이 완성되었다.보글보글 걸쭉한 국물이 완성되었다.
완성!완성!
남편은 한 그릇 모두 비워냈다.남편은 한 그릇 모두 비워냈다.






사람의 귀 2개 입은 1개인 이유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부턴가 나는 말을 많이 하면 마음이 허해지고 불안해졌다. 내 얘기를 많이 하면 상대방에게 내 정보를 너무 알려준 것 같고, 영양가 없는 대화를 계속해서 내뱉는 듯했다.



 [ 매생이를 추가한 매생이 쭈꾸미 덮밥 ]

다시매 육수를 부어준 후, 끓을 때쯤 반정도를 다른 냄비에 옮겨 담았다.(왼쪽은 매생이를 넣을 내 것이고, 오른쪽은 청양고추를 넣은 남편 것이다.)다시매 육수를 부어준 후, 끓을 때쯤 반정도를 다른 냄비에 옮겨 담았다.(왼쪽은 매생이를 넣을 내 것이고, 오른쪽은 청양고추를 넣은 남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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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를 넣고 잘 풀어준다.
전분물을 넣고 잘 섞어주면 완성!전분물을 넣고 잘 섞어주면 완성!
매생이를 넣어 걸쭉한데 전분까지 넣으니 야들야들 걸쭉한 '매생이 쭈꾸미 덮밥'이 완성되었다.(밥을 넣지 않고 먹으려다가 덮밥이어서 나중에 넣어서 사진엔 밥이 없다.)매생이를 넣어 걸쭉한데 전분까지 넣으니 야들야들 걸쭉한 '매생이 쭈꾸미 덮밥'이 완성되었다.(밥을 넣지 않고 먹으려다가 덮밥이어서 나중에 넣어서 사진엔 밥이 없다.)


2021년 어느 날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내 말의 기초부터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말투, 억양, 말의 속도, 쓰는 단어등) 내가 말을 시작하는 속도보다 상대방이 말을 시작하는 속도가 빨라 의도치 않게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주게 되었다.


매생이는 항상 먹을 때마다 맛있다.매생이는 항상 먹을 때마다 맛있다.


남의 말을 들어주니 가만히 있어도 정보가 술술 들어왔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누굴 싫어하는지, 누굴 좋아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듣기만 하니 말이 하고 싶어 져 답답할 때도 있었는데, 말을 하고 나면 '아 이 말은 하지 말걸', '이 말은 이렇게 얘기하는 게 더 좋았겠네' 등의 반성을 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나의 '말'을 갈아엎는 시기가 존재했다. 이 시기가 존재했기에 지금의 행복한 내가 있는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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