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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당신의 모든 순간을 보고 있다

by 영업의신조이

11장.

눈동자 속 첫 얼굴 — 아이의 의식이 열린다


폭풍처럼 몰아치던 빗줄기 속,

택시는 병원 정문 앞에 멈췄다. 윤서는 산통으로 몸을 가눌 수 없었고, 지훈은 먼저 차에서 내려, 윤서쪽 문을 열고 젖은 손으로 윤서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녀의 온몸은 비에 젖어 무겁고 차가웠으며, 축축하게 달라붙은 티셔츠와 스웨터는 따뜻함이 아닌, 고통의 외피처럼 느껴졌다.


윤서의 다리 사이로 양수가 계속 터져 나왔고,

그 흐름은 이번엔 너무나도 뚜렷했다. 입술은 바짝 타올랐고, 입안 천장은 말라붙어 갈라졌으며, 목은 기도까지 사막의 모래처럼 건조했다. 숨이 막혀 한 호흡 들이쉬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녀는 강한 각오와 함께 이를 악물었고, 연이은 어금니의 부딪히는 진동과 소리에 그녀의 몸은 점점 더 경직되어만 갔다.


병원 문이 열리자,

간호사들이 바퀴 달린 침대를 끌고 나왔다. 윤서는 더는 걷지 못했다. 땀과 비가 뒤섞인 젖은 옷은 그녀를 계속 아래로, 바닥으로 짓눌러만 갔고, 얇은 바지의 섬유 질감은 허벅지 피부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또 다른 괴로움이 되어있었다.


병원 내부의 경직된 바람 속에서,

윤서의 입술과 손끝은 부르르 떨렸다. 그것은 단지 체온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의 의지가 아닌, 어떤 거대한 의식이 전신을 흔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간호사들의 팔에 이끌려 침대에 몸을 실었고, 지훈은 그 곁에서 침묵한 채 윤서의 손을 꼭 잡았다.


분만실로 향하는 병원 복도,

벽면에 부착된 은색 금속 재질의 반사판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마치 그 반사된 표면이 윤서의 고통을 목격하는 하나의 눈처럼, 침묵한 채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있었다.


분만실에 들어서는 순간,

윤서는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에 휩싸였다. 고통은 단순히 배 속을 찌르는 것이 아니었다. 척추를 따라 등뼈는 비틀어졌고, 골반의 관절은 열렸으며, 폐는 눌려 숨을 내쉬기도 들이마시기도 어려웠다. 심장은 짓이겨졌고, 전신의 통증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더 이상 자신만의 것이 아님을 직감했다.


눈꺼풀 위로 흐르는 땀은

눈물과 뒤섞여 뺨을 타고, 그녀의 목과 가슴까지 흘러내렸다. 그녀는 의식 너머 무의식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갔다. 그 경계 끝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상상에 이유 없는 불안과 공포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명치 아래에서부터 무언가 둥글고 거대한 손의 형상이 느껴졌다. 그것은 신의 손이거나, 혹은 그녀의 무의식 너머에서 불러낸, 아이를 위한 의지의 손이었다. 그 손의 형상은 윤서의 양다리를 과감하게 열었다. 그러나 아이를 위한 모든 길을 끝까지 열어 주지는 않았다. 손이 열어놓은 마지막 그 틈은, 아이가 스스로 박차고 나올 수 있을 만큼의 미세한 기다림의 공간이었다. 아이의 의지를 위한 여백으로 남겨 두고, 그 문은 조용히 열려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출산이 아니었다. 존재의 문을 여는 의식이었고, 인간이 인간으로 첫걸음을 내딛기 위한, 숭고한 통과의례였다.


윤서가 마지막 고통의 절정 속에서 몸을 들어 올리는 순간, 뱃속의 태아는 엄마의 명치 안쪽을 과감히 밀어내며, 그 여백을 밀고 나와 세상으로의 첫 호흡을 내쉬었다. 아이는 작고 떨리는 울음을 터뜨리며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 울음은 비명을 넘어서 탄생의 선언이었고, 윤서와 지훈은 동시에 그 소리에 눈물을 터뜨렸다.


윤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땀과 숨을 쏟아냈고, 지훈은 온몸의 근육을 쥐어짜 내듯 긴장을 풀지 못한 채, 한 줌의 에너지도 남기지 않았다.


지훈은 다정하게 윤서의 손을 다시 잡았고,

그녀는 두 손을 힘겹게 떨구었다.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침대 위에 놓였다. 조용한 분만실 안, 간호사의 손에 이끌려 닦인 아기는 조심스럽게 윤서의 가슴 위에 올려졌다.


아이는 눈을 천천히 떴다.

그 눈동자는 맑고 투명했고, 윤서와 지훈의 얼굴이 그 안에 그대로 비쳤다.


거울 같았다.

삶의 거울,

사랑의 거울,

그리고 탄생의 거울.


윤서와 지훈은 그 순간 깨달았다.

이제 이 아이는, 그들의 일부이자 동시에 완전한 하나의 존재로, 자신만의 이름으로 불릴 운명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이름은,

곧 불릴 것이었다.


그 순간,

생의 첫 이름이

입술 위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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