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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당신의 모든 순간을 보고 있다

by 영업의신조이

14장.

사춘기의 균열 — 거울 앞의 질문들


사춘기의 마리는 14살이 되었다.

얼굴에는 몇 개의 여드름이 올라왔고, 눈동자는 여전히 깊었지만 어딘가 흐릿하게 피로해 보였다. 어깨는 움츠러들었고, 팔짱을 끼는 자세에는 방어적인 긴장이 서려 있었다.


거울 앞에 서면 마리는 늘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마음속 자기 본연의 이미지와 매우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이 훨씬 더 성숙하고, 단단하며, 정제되어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사춘기 소녀의 외모는 그런 자의식을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

마리는 아빠 지훈과 논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건축가인 아빠는 마리가 고른 과학 시간 프로젝트 주제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마리는 ‘인체의 생체 전기와 직관의 연관성’을 주제로 삼았다. 그녀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각과 예지, 그리고 본능에 관한 실험을 해보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리야, 이 주제는 조금 추상적인 것 같아. 실험 결과가 객관적으로 나와야 하고, 마지막에는 결론으로 정리가 되어야 하는데, 이 현상은 데이터를 연결 짓기도 어렵고 증명 과정이나 결론 정리가 힘들어 보여. 이런 건 에세이로 쓰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은데?”


마리는 억눌린 듯 입술을 아래로 힘껏 깨물었다.

“아빠! 직관도 과학이야. 아직 언어로 설명을 100% 할 수 없어도, 분명히 느껴지잖아. 이렇게 매일 내게서 나타나고 존재하잖아. 난 그게 진짜라고 생각해.”


“느껴진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진짜는 아니야. 과학은 결국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해.”


그 말에 마리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책상을 치며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눈동자에는 분노와 서운함, 무엇보다도 자신의 감각을 이해받지 못했다는 좌절이 뒤섞여 있었다. 그날 이후, 아빠와 마리는 서로 말을 아꼈다. 아빠는 이해하려 했지만, 마리는 아빠가 논리로만 세상을 보려 한다는 벽을 마음속에 쌓아버렸다.


며칠 뒤엔 엄마 윤서와도 충돌이 있었다.

거실에 흐르던 음악 때문이었다. 심리학을 전공했고, 평소에 시를 즐겨 읽으며 클래식 음악 듣기를 좋아하던 윤서는 마리에게 부드럽게 자신의 즐거움을 딸에게도 전달하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고민에 빠진 딸을 위로하려는 듯, 음악 속 감정을 묘사해 보자며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클래식 선율을 들려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리야, 너... 혹시 이 곡은 어떤 색으로 느껴지니? 마음속에 떠오르는 감정이나 장면 같은 건 없어?”


마리는 짜증 난 듯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 쏘아붙이듯 큰소리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엄마, 감정은 중요하지 않아. 그게 지금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어? 음악은 구조와 리듬이야! 어떻게 조율되고 어떤 타이밍에 연주되는지가 훨씬 중요하지! 무슨 색이 뭐가 중요해!”


윤서는 당황한 얼굴로 마리를 바라보았다.

“마리야,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고 그 감동을 느끼는 거야. 머리나 기술이 아니라 가슴으로 듣는 거야.”


그러나 마리는 여전히 딱딱하게 반응했다.

“그런 식이면 아무거나 들으면서 울 수도 있겠네. 나는 그런 건 싫어. 아니, 안 해.”


윤서는 말없이 마리의 눈을 피하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축 처진 어깨를 끌듯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엄마의 방문이 닫히는 그 소리마저도 마리에게는 어떤 단절처럼 들렸다. 마리는 갑자기 모든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느꼈고, 그 안에서 자신이 가장 모순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명확히 자각하게 되었다.


그날 밤,

마리는 다시 거울 앞에 섰다. 어둠 속의 거울은 조용했다. 그녀는 등을 꼿꼿이 세우고 눈을 들었다. 여드름이 난 이마, 턱선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얼굴, 약간 휘어진 어깨, 그리고 어딘가 미완성된 표정.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외쳤다. ‘이건 내가 아니야.’


그러나 거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더 사실적으로, 그녀의 불만으로 가득 찬 못난 얼굴만을 그대로 반사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한 사춘기 소녀의 모든 미완과 어긋남의 드러남이었다.


마리는 거울 앞에 서서 한참을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그녀는 매우 높은 집중력으로 자기 모습을 응시했고, 누구보다 차갑게, 누구보다 오래 바라보고 또 지켜보았다.


그 순간,

처음으로 ‘그림자’를 보았다. 자신의 내면에서 늘 밀어냈던 감정들, 본인만의 어설픈 논리와 구조로 애써 덮으려 했던 혼란스러운 상황들, 이해받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던 여리고 작은 소녀 마리가, 그 어두운 거울 속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넌 내가 아니야. 절대 나일 수 없어.”


“난 너처럼 그렇게 어리지도, 어리숙하지도 않아.”


“나는 지금… 나를 모르겠어.”


그러면서 이유 없는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울음은 끝이 없었고,

그날 이 침묵의 울음은 거울 속 마리의 자아와 현실의 육체적 현상이 일치하지 못해 생긴, 영원히 메워지지 않을 것 같은 깊은 균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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