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아래 홀로 남은 여인의 이야기
6화.
성전에 이르는 길 _ 돌팔매와 멸시의 행렬
소문은 바람보다 빨랐다.
마리아의 임신 이야기는 단 하루 만에 마을을 뒤덮었다.
그날 이후,
그녀가 밟는 길마다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녀의 손에서 빵을 받아가던 이들은 고개를 돌렸고,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보다 경멸의 빛으로 가득했다.
마리아는 여전히 매일 새벽, 빵을 구웠다.
그녀의 손끝은 반죽의 온도를 느끼며 기도를 올렸고,
빵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 그 온기 속에 사람들의 허기를 채우고자 기도했다.
그녀는 마을의 고아와 노인들에게 그 빵을 나누어 주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 사랑마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었다.
빵을 받던 노파가 손을 뻗다 멈추었고, 이웃들은 그녀의 손을 밀쳐냈다.
“저 손은 부정해. 하나님이 진노하셨어.”
그 말은 마을 전역으로 퍼졌고,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돌처럼 굳어져 갔다.
마리아가 빵을 내밀자, 한 노인은 그녀의 손등을 쳤다.
“이건 죄의 손이야. 네가 만든 건 먹을 수 없어.”
그녀는 손끝이 얼어붙은 채로 멈췄다.
누군가에게 내밀었던 손이 허공에서 닫히는 순간,
그 따뜻했던 반죽의 기억이 차가운 돌처럼 식어버렸다.
마리아의 가슴이 떨렸다.
그녀의 귀에는 여전히 오븐에서 빵이 터질 때의 소리가 맴돌았지만, 이제 그 소리는 축복이 아니라 조롱처럼 들렸다.
그날 밤,
마리아는 무릎을 꿇고 울었다.
그 울음은 소리보다 느리게 번졌고,
방 안의 등잔불은 그 울음의 진동에 따라 흔들렸다.
그녀는 알았다.
이제 자신이 구워온 빵은 사람의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불길에 던져진 제물이 되었다는 것을.
다음 날 새벽,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머릿수건을 고쳐 매며 회당으로 향했다. 길은 여느 날보다 멀게 느껴졌고, 바람은 더욱 차갑기만 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랐고, 그 하얀 김 속에는 두려움과 결의가 뒤섞여 있었다.
길모퉁이를 돌자, 사람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몰아닥쳤다.
여인 하나가 마리아를 향해 소금을 뿌리며 말했다.
“부정해! 부정을 없애야 해.”
남자들이 뒤이어 물을 뿌렸다.
마당 청소에 쓰고 남은 흙탕물이었다.
그 물이 그녀의 발치에 튀었고, 치마 밑단이 젖었다.
“길이 더러워지잖아.”
그 말과 함께 썩은 과일이 던져졌다.
그중 하나가 그녀의 볼을 정통으로 맞혔다.
순간, 충격이 얼굴을 꿰뚫었다.
안쪽 볼살이 치아와 부딪히며 찢어졌고, 흘러나온 피가 입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피의 맛은 짠 기도 같았다.
마리아는 입술을 다물었지만 피는 계속 흘러나왔다.
피는 턱선을 따라 떨어져 목덜미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한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붉은 선이 얼굴을 타고 내려오며, 눈물과 섞여 엉겨 붙은 채 무참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위로 새벽빛이 닿아 미세하게 반짝였다.
“하나님…”
그녀의 마음속에서 그 이름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고통으로 기도를 시작했다.
“하나님, 저를 보시옵소서. 저의 이 피와 눈물을 보시옵소서.”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걸음마다 고통은 무게를 더했지만,
그 무게가 그녀를 짓누르기보다 오히려 믿음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회당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발은 진흙에 잠겨 있었다.
돌기둥은 아직 새벽의 냉기를 머금고 있었고,
그 차가움이 손끝에 닿는 순간 그녀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저 폭포수처럼 터져 나와 흘러내렸다.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아 무릎을 꿇었다.
기도의 첫마디는 나오지 않았다.
“야훼 하나님…”
입술이 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숨은 짧고, 목은 막혀왔다.
“여호와 하나님, 저를 도와주소서… 저를 버리지 마옵소서…”
그 말이 겨우 공기를 가르자, 그녀의 어깨가 흔들렸다.
피는 여전히 볼 안쪽에서 흘러나왔다.
입안이 뜨거웠고, 그 뜨거움이 기도와 함께 흘러내렸다.
그녀는 이마를 바닥에 붙였다.
“하나님, 저는 너무 어립니다. 이 무게를 견디기엔 너무 작고 연약합니다.
뭐라도 보여주소서. 제게 힘을 주시옵소서.”
오랜 기도 끝에, 그녀의 목소리가 마침내 끊어졌다.
회당 안은 아무 대답 없이 침묵했다.
하나님의 음성은 없었다.
그 침묵이 칼날처럼 그녀의 가슴을 갈랐다.
그녀는 더 큰 소리로 통곡했다.
그 울음은 절망이 아니라,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한 절규였다.
그녀의 몸이 바르르 떨리고,
손끝의 손톱이 바닥의 돌을 움켜쥐었다.
돌의 차가움이 손톱과 손바닥에 파고들었고,
단단히 깨문 어금니와 닫힌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피를 막아내려 안간힘을 썼다.
대답 없는 하나님을 원망하기 싫었다.
그러나 마리아는 애써 흐르는 피를 멈추고 싶었다.
그것이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려 팔 안쪽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때였다.
팔 안쪽, 왼쪽 아랫배 바로 위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피부를 뚫고 올라오는 듯한 따뜻한 맥박.
그것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아기 예수의 심장 박동이었다.
그 태아의 첫 맥박이 그녀의 팔을 타고 흐를 때,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하나님이 대답하셨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그 울음의 의미는 달라졌다.
그 눈물 속에는 두려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숨결 같은 확신의 사랑의 빛이 있었다.
그녀는 다시 두 손을 모았다.
“하나님, 이제는 압니다. 침묵은 부재가 아니라, 존재의 증거임을.”
이마가 다시 돌바닥에 닿을 때, 그 떨림은 감동의 울림이 되었다.
돌은 여전히 차가웠으나,
그 속에는 하나님의 숨결이 들어 있었다.
그녀의 배 속에서는 다시 한번 맥이 뛰었다.
그것은 하늘의 대답이자, 인간의 생명이 태동하는 소리였다.
회당 안은 여전히 쓸쓸하게 비어 있었다.
그러나 그 적막은 더 이상 외로움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오직 하나님의 숨과 한 여인의 기도만이 있었다.
마리아는 천천히 일어나 회당 문을 나섰다.
골목 어귀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고,
바람은 누군가의 비웃음을 실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어떤 말도 그녀의 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미 세상의 오해를 넘어선 믿음의 길 위에 있었다.
그 길은 외로웠지만, 그 외로움 속에서 하나님은 더 가까이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 위로 저녁노을이 길게 드리워졌다.
그 빛은 붉은 꽃이 되었고, 동시에 구원의 문이 되어 그녀의 길을 열어 주었다.
처음 보는 아름다운 저녁노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