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고려인 디아스포라 01
백야가 시작될 무렵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몸을 실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자작나무 숲, 들불 놓은 저 광활한 스텝을 바라보며 동토의 땅에 뿌리내린 우리 한민족이 지켜냈을 생명의 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빼앗긴 조국, 통한의 눈물로 끌려갔던 이 철길 몇 날 며칠을 달렸을까? 사방천지 낮게 드리워진 먹구름과람뿐 시린 강줄기가 밤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적막한 밤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철마의 발굽소리에 욱신거리는 가슴 끌어안고 잠 못 드는 긴 여정, 슬픈 짐승처럼 엎드린 낡은 마을 외딴 곳에 빤한 불빛이 가물거린다.
만주로 끌려갔던 내 아버지 무덤 속 같은 저 불빛, 혹여 까레이스키가 살고 있는 오두막은 아닌지, 날이 새자 대지는 잔설을 녹여 밑동을 축이고 봉긋이 새순을 밀어올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봄날이 꼭 올 거라고 밑동이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있는 한 태양은 대지의 편이라는 것을.
1.(시작 노트) 시베리아의 5월은 겨울에 가깝다 단지 겨울철이 우기라서 낮 동안의 햇볕으로 눈이 녹아 풀이 자라고 있을 뿐. 그 길고 긴 철로 주변에 쥐불을 놓아서 묵은 풀들을 태워 그 재가 거름이 되고 해충을 없애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나의 추측이지만 곳곳에 쥐불을 놓는 것을 여러번 볼 수 있었다.
블라디보스톡 역
달리는 내내 드 넓은 스텝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