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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숙 Dec 25. 2024

시베리아 횡단열차

01  고려인 디아스포라


백야가 시작될 무렵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몸을 실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자작나무 숲      

들불 놓은 저 광활한 스텝을 바라보며      

동토의 땅에 뿌리내린 우리 한민족이 지켜냈을     

생명의 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빼앗긴 조국통한의 눈물로 끌려갔던 이 철길     

몇 날 며칠을 달렸을까     

사방천지 낮게 드리워진 먹구름과 바람뿐     

시린 강줄기가 밤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적막한 밤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철마의 발굽소리에 욱신거리는 가슴 끌어안고     

잠 못 드는 긴 여정     

슬픈 짐승처럼 엎드린 낡은 마을 외딴 곳에     

빤한 불빛이 가물거린다 


만주로 끌려갔던 내 아버지 무덤 속 같은 저 불빛     

혹여 까레이스키가 살고 있는 오두막은 아닌지     

날이 새자 대지는 잔설을 녹여 밑동을 축이고     

봉긋이 새순을 밀어올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봄날이 꼭 올 거라고     

밑동이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있는 한

태양은 대지의 편이라는 것을    




1.(시작 노트) 블라디보스톡에서 우랄산맥을 향해 3일간을 달려온 횡단 열차가 이르쿠츠크에 도착했다. 우리 80여 명의 대원은 이곳 바이칼호수 체르스키 전망대에서 평화 축제와 한민족의 격동기 독립 활동을 했던 조선 지식인들의 영혼과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영혼을 위한 추모제를 지냈다. 다음 날 다시 횡단 열차를 타고 하루 만에 핵폭탄을 실험했던 러시아의 공업도시 노보시비리스크역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호텔에서 숙박한 다음 날 기차 박물관과 주변을 두루 여행했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향발 지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플레폼 주변 노상에서 간식들을 사느라 분주한 사이 기차가 도착했다. 색깔부터가 달랐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상징하는 푸른 하늘색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주로 이슬람 승객들이 많았다. 한참 달리다 보니 왠지 시베리아로 되돌아 가는 느낌이다. 아마도 객석 위치가 반대편이어서 그런 듯하다.


                                             



노보시비르스크 기차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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