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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Jul 19. 2024

식으면 맛없어!

유혹에 빠진 동화 273 식으면 맛없어!

2. 식으면 맛없어!





요리하는 엄마!

선아는 엄마가 요리 잘하는 엄마였으면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요리는 맛있지 않았어요.

아빠는 외식하는 날이 많아졌어요.

엄마 요리가 맛이 없다는 소리는 안 했어요.

선아가 생각하기에 아빠도 엄마 요리가 맛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림 김유빈




이른 저녁!

엄마가 요리한 뒤 딸 방문을 열었어요.


"딸!

시식 시간이야.

나와 봐!

히히히!"


엄마는 딸이 시식하는 시간이 제일 좋았어요.

딸과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네에!

조금만 기다리세요.

쓰던 일기 마치고 나갈게요."


"무슨 소리!

요리가 식으면 맛없어.

빨리 나와!"


"엄마!

일기는 생각날 때 써야 해요.

그러니까

부엌에서 기다리세요."


선아는 짜증 난 표정 지으며 말했어요.

엄마는 방 안으로 들어갔어요.


"딸!

요리 시식 시간은 지킨다고 했지.

지금

그 시간이야.

한 대 맞고 나가 먹을래.

아님

바로 일어서서 같이 나갈래."


엄마는 딸 볼에 뽀뽀까지 하며 속삭였어요.

선아는 일기 쓰는 걸 포기할까 망설였어요.


"안 돼!

요리는 식어도 괜찮아.

일기 쓰는 게 더 중요해.

난!

요리사보다 작가가 꿈이니까.

제발!

나가주세요."


선아는 정중히 엄마 요구를 사양했어요.


"나도 안 돼!

당장 나가서 시식을 하고 들어 와.

그다음에 일기 써도 되잖아."


엄마는 딸 손을 붙잡고 당겼어요.

선아는 졸졸 따라갔어요.

엄마 힘을 이길 수 없었어요.






그림 김유빈





선아 방에 사는 마녀는 좋았어요.

일기를 훔쳐볼 수 있었어요.


"어디 볼까!

엄마가 하는 잔소리를 썼군.

히히히!


청소해라

밥 먹어라

공부해라

숙제해라

일찍 일어나라

학교 늦겠다

인사해라

엄마 말 씹지 마라

엄마 열받게 하지 마라

다 좋아!


시식해라

이건 싫다 싫어

내일부터

아빠가 시식하면 좋겠다



히히히!

여기까지 쓰다 끌려갔군."


마녀는 일기 읽을 때마다 행복했어요.


"어제 기도 읽어볼까!

히히히!"


마녀가 일기장을 넘기는 데 선아가 들어왔어요.

마녀는 침대 밑으로 숨었어요.


선아는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들어와 의자에 앉았어요.


"오물오물!


오감이 통하지 않는 요리야.

어ㄸㅓ케(어떻게)

요리하면 이런 맛일까."


선아 볼이 볼록 나왔다 들어갔다 했어요.

선아는 내뱉지 않고

입안 가득한 요리를 오래오래 씹었어요.


"뭐야!

일기 쓸 이야기를 잊어버렸잖아."


선아는 일기장을 덮었어요.

침대 위로 펄쩍 뛰어 넘어졌어요.

침대 밑에 숨어 있던 마녀는 깜짝 놀랐어요.


















그림 김유빈

오늘!

선아는 엄마 품에 안겨 자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잔소리 대장 엄마는 잠잘 때는 꼭 딸을 껴안고 잠을 청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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