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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Jul 21. 2024

운이 좋았어!

유혹에 빠진 동화 278 운이 좋았어!

7. 운이 좋았어!





선아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잔소리하는 친구들이 늘었어요.

민수가 <잔소리 가게>를 운영한 뒤로 시작된 친구들의 잔소리는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나비효과>를 내는 것 같았어요.


<제1회 어머니 잔소리 대회>가 시작되었어요.

참가자들과 많은 관객이 <이러쿵저러쿵 공원> 특설무대에 모였어요.


오늘 사회를 맡은 교장선생님이 무대로 올라왔어요.


"안녕하십니까!

오늘 사회자 <악동 초등학교> 교장입니다.

잔소리 대회에 참가한 어머니들이 실력을 발휘해서 모두 입상하기 바랍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주최한 김선아 운영위원장과 집행위원 모두 수고했습니다.

그럼!

참가번호 일(1) 번 무대로 올라와 준비한 잔소리 공연을 시작하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교장선생님이 무대를 내려갔어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좀 멀리서 온 순이와 영심이 엄마입니다.

딸이 둘 있는데 매일 싸우는 바람에 잔소리 엄마가 되었습니다.

어제는 선아엄마보다 우리 엄마가 예쁘다 안 예쁘다 가지고 둘이 싸웠어요.

순이는 선아엄마가 예쁘다 했고 영심인 우리 엄마가 예쁘다고 주장했어요.

여러분!

제가 예쁜가요.

저기 순서를 기다리는 선아엄마가 예쁜가요.

이번 대회에 나와 기다리며 선아엄마를 몇 번 봤는데 제가 훨씬 예쁘죠.

그렇죠!

저는 딸이 둘이고 선아엄마는 딸 하나입니다.

이것만 봐도 제가 예쁜 짓 하지 않았습니까.

큰 딸(영심)이 선아엄마가 예쁘다길래 그 집 가서 살아하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둘째 딸(순이)이 엄마 나도 가서 살래 하잖아요.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어요.

두 딸 마음이 같다는 거잖아요.

나보다 선아엄마가 더 예쁘다는 걸 두 딸이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오늘 잔소리 대회에서는 꼭 일등을 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순이엄마의 잔소리는 길었어요.

아니

할 말이 많은 것 같았어요.


순이엄마가 무대를 내려갔어요.

사회자가 무대를 올라와 두 번째 참가자를 호명했어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아닙니다.

거짓말 대회인 줄 알고 신청했어요.

그런데

잔소리 대회라니 어이가 없네요.

아니!

잔소리 대회보다 거짓말 대회가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잖아요.

제일 많이 하는 거짓말이 뭔 줄 아세요!

자식도 없는데 아들 딸 있다는 겁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자식 자랑을 해서 저도 없는 자식 만들어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어제는

두 아들 둔 친구가 얼마나 자랑하더니 속이 쓰리고 아팠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들딸 자랑을 했더니

그 친구가 뭐라고 한 줄 아십니까!

은숙아 정신 차려.

그러다 죽는다.

이 말 듣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없는 자식 자랑 좀 했더니 죽을 수 있으니까 그만하랍니다.

자식 없어 서럽게 살아가는데 친구가 할 소리입니까!"


은숙아주머니는 이야기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갔어요.

큰 박수를 받고 다시 무대로 올라와 인사하고 내려갔어요.


대회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어요.


"다음 참가자 모시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사회자는 참가자가 올라오자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선아엄마 차례였어요.




그림 김유빈






선아도 집중하고 무대를 바라봤어요.

친구들도 선아엄마를 보고 소곤거렸어요.


"어떤 잔소리할까!

기대된다."


"아마!

선아 흉보지 않을까.

분명히

딸 흉보는 이야기일 거야."


선아엄마는 마이크를 잡았어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남편과 딸을 둔 아내이며 엄마입니다.

저는 요리하는 취미가 있습니다.

요리를 하면 딸에게 시식 시간을 주고 요리 평가를 부탁했습니다.

남편은 시식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외식을 하고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집에 와서는 맛있는 요리를 먹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했어요.

그런 남편이 미울 때도 있었어요.

저는

가끔 남편에게 말했어요.

집에 와서 밥 먹을래요

아니면

한 대 맞고 제가 해주는 요리를 먹을래요.

하고 말이죠.

그런데

남편이 하는 말이 어땠을까요!

한 대 맞고 외식할게!

이게 말이 됩니까.

제가 하는 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하며 집밥은 먹지 않는 남편을 어찌할까요.

그런데

딸(선아)은 요리하고 시식을 부탁하면 아빠와 달리  잘 먹었어요.

그런데

딸은 말이 없어요.

저는 참다못해 딸에게 말했어요.

한 대 맞고 말할 거야.

아니면

지금 말할 거야.

딸은 입안 가득한 요리를 오물오물 거리며 방으로 들어갔어요.

요리에 대한 평가는 하지도 않고 도망갔어요.

이런 딸을 또 어떻게 할까요.

저는 그런 아픔을 참고 요리를 또 했어요.

딸에게 시식 부탁하자

엄마!

먹어보나 마나죠.

하고 말하는 딸 엉덩이를 한 대 때렸어요.

그런 다음

일단 먹고 말해.

강요하다시피 말했어요.

딸은 요리 시식을 했어요.

엄마!

맛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요리를 했어요.

맛있다!

우리 엄마가 한 요리는 다 맛있어.

하고 노래까지 부르며 먹었어요.

그런데

먹은 양이 어떤 줄 아세요.

딱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오물오물거리고 있었어요.

가슴에서 터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참!

기가 막혔어요.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싶었어요.

여러분!

잔소리는 누군가의 인생에 필요한 것입니다.

씨가 되고 꽃이 되고 열매가 된다는 걸 잊지 마세요.

특히!

엄마가 하는 잔소리는 더 소중하다는 걸 잊지 마세요.

잔소리는 사랑입니다.

그래도

잠잘 때는 딸을 꼭 껴안고 잔답니다!"


선아엄마의 이야기가 끝났어요.

선아는 걱정했던 것보다 엄마 잔소리가 싫지 않았어요.




그림 김유빈




선아가 무대에 올라갔어요.

<제1회 어머니 잔소리 대회> 수상자를 발표했어요.


"일(1)등!"


선아는 잠시 머뭇거렸어요

엄마(박선희)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일등!

박선희입니다.

축하합니다!"


선아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자신이 운영위원장이라 더 이상한 결과 같았어요.


"운이 좋았어요!

제가 일등 할 줄은 몰랐어요.

감사합니다!"


선아엄마는 수상 소감을 말하고 무대를 내려갔어요.


"여러분!

모두 수고했습니다.

다음 대회는 더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아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대회를 마쳤어요.

사람들이 돌아가고 텅 빈 무대만 남았어요.














그림 김유빈


선아는

엄마가 일등 할 줄 몰랐어요.

잔소리가

누군가에게 씨가 되고 꽃이 되고 열매가 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다았어요.

잔소리 대장 엄마는 피곤했던지 딸을 꼭 껴안고 코를 골며 잠을 잤어요.


"여러분!

잔소리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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