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목욕하는 보름달!

유혹에 빠진 동화 117

by 동화작가 김동석

목욕하는 보름달!




마지막 남은 불씨!

한가닥 희망을 품고 사라져 가는 불씨!

민지는 아궁이에서 꺼져가는 불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이 오면 밥을 짓고

저녁이 와 어두워지면 또 밥을 지었다.

민지가 학교에서 돌아와 하는 일이었다.


친구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공부하고 학원 가고 그랬다.

남는 시간은 놀이터에서 놀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지냈다.

하지만

민지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할머니와 둘이 사는 민지!

할머니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아 거동이 불편했다.

병원 갈 돈이 없어

그냥 살아온 할머니에게 큰 시련은 눈을 통해 보여줬다.


"할머니!

저녁에 목욕시켜 드릴게요."

하고 손녀가 말하자


"며칠 전에 했는데 또 해?"

하고 할머니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목욕하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손녀가 힘들까 한 말이다.


민지는 큰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웠다.

샘터에서 물을 길어오는 힘든 여정이었다.

큰 물통을 머리에 이고 수십 번을 백 미터가 넘는 샘터에서 물을 길어 왔다.




민지는

마지막 불씨가 꺼진 걸 보고 일어섰다.

장독대 큰 항아리를 향해 걸었다.

찬물을 반쯤 채우고 부엌에서 뜨거운 물을 가져다 큰 항아리에 채웠다.

사람 키만 한 큰 항아리에 물이 반쯤 채웠다.


"할머니!

목욕하러 가요.

일어나세요!"

민지는 할머니를 일으켰다.


"알았어!

새로 입을 옷 꺼내서 가져가야지."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할머니!

다 갖다 놓았으니까 나가면 돼요."

하고 민지가 말했다.


할머니는 손녀 손 잡고 장독대로 향했다.

손녀가 미리 갖다 놓은 의자에 올라간 뒤 큰 항아리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언젠가는 항아리가 깨질 거야!"

할머니는 큰 항아리가 깨질까 걱정했다.

다행히

할머니 몸이 가늘고 가벼웠다.


"할머니!

항아리가 깨지면 더 큰 항아리 살게요.

그러면

같이 들어가 목욕할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하고 손녀가 말하자


"돈이 없잖아!

지금은 항아리 값이 너무 비싸.

이것보다 더 큰 것은 송아지값은 줘야 살 거야!"

하고 할머니가 말했다.


"하하하!

할머니 걱정 마세요.

항아리는 깨지지만 않으면 천 년은 쓸 수 있을 거예요."

민지는 학교에서 도자기 공부하며 들은 게 있었다.

도자기는 생명력이 길다는 것도 또 깨지지만 않으면 오래 쓸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좋다!

항아리가 조금 크면 너도 들어오면 좋을 텐데."

하고 할머니가 항아리 안에서 말했다.

뜨거운 물이

할머니 몸을 감싸며 피로를 풀어 주었다.


"할머니!

잠시 기다리세요."

하고 말한 손녀는 부엌으로 갔다.


"빨리 와!

무서우니까."

할머니는 항아리 안에 혼자 있는 게 무서웠다.


"네!"

부엌문을 열며 손녀가 대답했다.


민지는

부엌에서 삶은 옥수수와 고구마를 챙겼다.

방에 들어가 수건도 하나 더 챙겨 나왔다.


"할머니!

옥수수 드세요."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며 손녀가 옥수수를 하나 주며 말했다.


"목욕하며 먹으라고?"


"네!"


"목욕 다 하고 먹으면 안 될까?

무서워서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은 데!"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할머니!

묶은 떼가 나오려면 앞으로 삼십 분은 더 물속에 있어야 해요."

하고 손녀가 말했다.


"알았어!"

하고 대답한 할머니가 옥수수를 받았다.


큰 항아리 속에서 할머니는 발가벗고 옥수수 하나를 먹었다.

민지도 큰 항아리 옆 의자에 앉아 옥수수 하나를 먹었다.


앞산에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둥근 보름달은 장독대에 멋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항아리에서 나온 할머니는 추웠다.

민지는 큰 수건으로 할머니 몸을 깨끗이 닦아주고 가져온 옷을 입혔다.


"시원하다!

항아리에서 나오니까 살 것 같다."

할머니는 기분 좋았다.


"할머니!

빨리 방으로 들어가세요.

감기 걸리니까!"

손녀는 옷을 다 입히고 할머니를 재촉했다.


"더러운 물!

내가 치우고 들어갈 테니 걱정 마."

하고 할머니는 항아리 안에 목욕한 물을 버릴 생각이었다.


"할머니!

내가 치우고 들어갈 테니 빨리 들어가요.

감기 걸리면 큰 일 나니까!"

손녀는 할머니 손을 붙잡고 방으로 향했다.


"빨리 하고 들어 와!"

할머니가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알았어요!"

하고 대답한 민지는 장독대로 향했다.


민지는 옷을 벗고 큰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가 목욕한 더러운 물이었다.

하지만

아직 따뜻한 온기가 있는 물에 민지는 몸을 담갔다.


큰 항아리 속을 보름달이 기웃거렸다.


"왜!

너도 목욕하고 싶어?"

하고 민지가 물었다.


"나는!

태어난 뒤 한 번도 목욕하지 않았어.

목욕하면 기분이 어떨까?"

하고 보름달이 물었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내가 목욕하고 난 뒤

항아리 안을 깨끗이 청소한 뒤 물을 채워줄 테니 목욕해!"

하고 민지가 말했다.


"고마워!"

보름달은 목욕할 생각 하니 기분 좋았다.


"민지야!

보름달이 목욕하면 어떻게 될까?"

감나무가 민지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긴!

더 밝아지겠지.

어둠을 더 환하게 밝히는 보름달이 될 거야!"

하고 민지가 말했다.


민지는 큰 항아리에서 나왔다.

옷을 다 입고 항아리 안 더러운 물을 퍼냈다.

그리고

큰 빗자루를 들고 항아리 안을 깨끗이 닦았다.

찬물을

항아리 안에 부어가며 깨끗이 닦았다.

더러운 물을

다 퍼낸 뒤 항아리 안에 들어갔다.

수건으로

더러운 물기를 다 닦아냈다.


"보름달아!

조금만 기다려.

물을 채워줄 테니!"

하고 말한 민지는 항아리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항아리 안에는 물이 반 이상 채워졌다.

솥단지에

조금 남은 뜨거운 물을 마지막으로 채웠다.


"보름달아!

이제 들어가도 괜찮아."

하고 민지가 말하자


"고마워!

그런데 목욕해도 괜찮을까!

혹시

내가 목욕하고 난 뒤

지구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하고 보름달이 물었다.


"괜찮아!

보름달이 없는 날도 지구는 이상 없었어.

그러니까

걱정 말고 빨리 들어 가!"

하고 민지가 보름달을 재촉했다.


"알았어!"

하고 말한 보름달이 큰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


"와!

항아리 안에 황금이 가득한 것 같아.

세상에!

너무 멋지다."

민지는 큰 항아리 안에서 황금빛이 빛나자 기분 좋았다.


"좋아!

너무 좋아.

이런 기분 처음이야!"

보름달은 사람들이 목욕하는 기분을 알았다.


"천천히!

오래오래 물에 담그고 있어.

그동안

쌓인 피로가 다 풀릴 거야!"

하고 민지가 보름달에게 말하자


"고마워!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을 게."


"은혜는!

어둠을 환하게 밝혀주는 데 우리가 고맙지.

지구 행성이 우주에서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걱정 말고 눈 감고 편하게 쉬어."

하고 말한 민지는 부엌으로 향했다.


"보름달님!

목욕하니까 좋아요?"

하고 감나무 가지가 다가와 물었다.


"좋아!

세상에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

하고 보름달이 대답했다.


"보름달님!

목욕하면 어둠을 더 밝게 비춰줄까요?"

하고 장독대에서 잠자려고 기웃거리던 고양이 한 마리가 물었다.


"그럴 거야!

더러운 것을 깨끗이 씻었으니 더 밝은 빛을 낼 거야."

보름달이 대답했다.


민지는

마루 모퉁이 바구니에서 제일 깨끗한 수건을 찾았다.


"보름달님!

이제 나오세요."

하고 민지가 큰 항아리 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좋아!

다음에도 또 목욕하고 싶어."

하고 말한 보름달이 큰 항아리에서 나왔다.


"걱정 마세요!

일주일마다 목욕시켜 줄 테니."

민지는 보름달을 수건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하고 보름달도 고마움을 민지에게 말했다.


"할머니 목욕하는 날은 꼭 찾아오세요!

목욕물을 더 많이 끓일 테니."

하고 민지가 말하자


"알았어!

일주일에 한 번 목욕할 수 있다니 꿈만 같다."

보름달은 행복했다.

산골짜기 사는 민지를 만난 뒤 더 행복했다.


"와!

달이 더 밝아졌다.

세상에!

어쩜 아름답고 둥근 보름달일까!"

민지는 하늘 높이 올라간 보름달을 보고 놀랐다.


"민지야!

정말 고마워."

하늘에서 보름달이 웃으며 민지에게 말했다.


민지는 행복했다.

장독대 항아리 주변을 정리하는데 보름달이 밝게 비췄다.


"보름달아!

밝게 비춰줘서 고맙다."

민지도 보름달에게 웃으며 말했다.


장독대를 정리하고 방에 들어가자 할머니는 주무시고 계셨다.

민지는 할머니 곁에 누워 눈을 감았다.

가끔

보름달이 창문을 통해 민지와 할머니를 번갈아 가며 비췄다.


"잘 자!

오늘도 고생한 민지야.

행복한 꿈을 꾸고 잘 자!"

보름달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앞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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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나오미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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