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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지 Feb 08. 2016

13. 바다결

시간과 파도

1.

휴식 시간.

모래밭은

한여름보다 훨씬 미지근했지만,

그늘 없는 백사장은

너무 눈이 부셔

선글라스로도 부족했다.


미지근한 탄산수로는

갈증이 풀리지 않는 것 같았다.


정해놓은 10분간의 휴식이 끝났다.

웻수트를 다시 입고

일어나야 하는데

싫었다.


힘들어서?

목말라서?


그보단

다시 시작될

조류와의 싸움이

두려웠다.


조류 앞에서,

두려움 앞에서

무거운 서핑보드를 들고

한참을 해변에 서있었다.



2.

서핑 실력을 키우겠다는 성실함도,

조류를 이기겠다는 오기도 아니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라는 마음 하나로 다시 바다에 들어갔다.


파도가 누그러든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파도가 더 거칠어진 것 같지도 않았지만

휴식시간 전보다

더 버겁게 느껴졌다.


겪어봤던 바다이기에

좀 더 익숙하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조류는 여전히 버겁고 힘들었다.



3.

다시  반복된 한 시간여의 서핑 연습.

능률은 떨어졌고

새로운 경험은 더 이상 없었다.


연습을 끝내고 나오니

서핑보드는 물론

물 먹은 웻수트,

풀려버린 내 몸뚱이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서핑 연습으로

넝마가 되고 나서야

파도가 순하게 변해있었다.




4.

겨우겨우 서핑보드를 반납하고

터덜터덜 걸어가다

서피비치 직원분을 만났다.


나는 직원분에게

맥주 거품, 거친 조류 때문에

연습이 잘 안됐다며 파도탓을 해댔다.


파도는 이른 아침이랑 오후 늦게가 좋아요.


'파도의 결'이 시간마다 다르다는 직원분 말씀.

그래서 서핑대회 중 숙련자 대상 대회는

아침 일찍 열린다고 하셨다.


나는 내가 서핑 연습을 포기하고 나와서
파도가 잔잔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헌데 그게 아니라니
잔잔한 파도에서 서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가

위치, 날씨, 날짜...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지다니!


시간이 늦어지자 서퍼들이 대부분 떠난 해변/ 하조대 서피비치 2015년 9월/ 출처: 김은지




5.

서핑이 좋다며 계획한 1박2일 일정의 반이 지났다.


말이 반이지

실제로 서핑 연습에 쓴 시간은

고작 두 시간을 쓴 게 전부였다.


두 시간만에

내가 갖고있던 서핑에 대한 열정은

싸그리 소진 된 기분이었다.


캐러반에 돌아와

젖은 웻수트를 힘들게 벗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하니

조금은 기운이 났다.


물놀이의 공식대로

컵라면을 끓여먹고

기운을 얻고

젖은 웻수트를 헹구고 걸어두었다.


밤바다의 낭만, 고요...


그런거 느낄 때가 아니었다.

두시간 운동이 너무 피곤해서

잠이 안오는 지경이었다.

침대어 누워서 드는 생각은 하나.


'나...

내일도 서핑 해야 하는거지?'


6시 이후 통제되는 서피비치/ 하조대 2015년 9월/ 출처: 김은지



다음 글, 2016년 2월 17일(수)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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