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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일 Sep 16. 2023

길 위의 신을 위한 공양밥



기원을 위한 행위는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라오스에서는 작은 신당을 집 앞에 높게 세워두거나 집 안에 설치하거나, 2층일 경우 창 쪽으로 감실처럼 만들어 잘 보이도록 불을 밝혀두기도 한다. 길을 다니다 보면 종종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길 위에다 향을 보도블록사이 틈에 꽂고, 그 앞에 음료수를 한 컵 두거나 흰 밥을 작게 뭉쳐 몇 덩이 바나나잎 위에 가지런히 놓아두는 경우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으나 인도나 보도블록 위에도 공양밥을 두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어떤 곳은 예쁜 컵에 생수를 담아두기도 한다.

하루는 통행이 많지 않은 길을 지나 가는데 베이지색 고양이 한 마리가 앞 발을 한참 딛고 유리컵에 머리를 박고 물을 먹고 있었다. 신에게 올리는 것인지를 모르는 길거리 동물에게는 그저 고마운 요깃거리가 되는 공양밥.

무언가를 기원하며 차려놓은 음식이 바닥에 장애물이나 뭔가를 덮어놓지 않고 펴져 있는 이유는 어쩌면 신이 와서 드시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과 길거리 동물들이 어쩌면 신을 대신하고, 그를 통해 공덕을 쌓는 것이 아닐까.

떠돌이 동물이 먹을 것을 알면서도 두는 이유는 동물이 은혜를 갚듯이, 보은이 되어 복이 쌓이는 것 아닐라나.


제단 위 물을 핥짝이던 고양이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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