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지어주신 내 이름은 신(信)이다. 항렬인 돌림자를 제외하면 신의, 믿음이라는 뜻이다. 신(信)이라는 우리말 발음 만으로는 의미를 알기가 쉽지 않다. 한자이기 때문이다. 새로움(新), 전별(䝲), 이야기(噺), 새벽(㫳) 그리고 불꽃(烥)이라는 의미도 발음이 같다. 내게 조금씩 있는 성향들이다.
나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블로그 활동도 한다. 아이디가 '아이리스'라는 붓꽃 이름인데 '좋은 소식'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부지런한 새벽형 생활인이며, '이야기'라는 서사에 빠져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도 신기하다. 천주교 신자로서 세례명이 클라라(Saint Clare of Assissi)인데 '빛, 빛을 내다'라는 뜻이다. 한글 발음의 ‘신’과 같은 한자의 의미가 모두 조금씩 내게 스며있다는 것들이 정말 신기방기하다. 나는 내 이름이 좋아서 굳이 바꿀 생각은 전혀 없지만 내가 내게 이름을 지어 준다면 어떤 이름이 좋을까?
이름이란 부르면서 바라는 희망이기도 하다. 나는 영어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오래 살았으니 은퇴 후 나머지 여생은 해외에서 떠다니며 살다가 이따금 베이스캠프를 친 한국의 집에서 쉬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내가 내 이름을 지어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영어 이름이다. 말레이시아 페낭의 AWA association에서 활동할 때, 마치 이상한 나라에 불쑥 떨어진 느낌이라 썼던 이름 앨리스다. 외국에서의 앨리스라는 이름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영희, 명순, 복남이와 같은 어르신들의 이름이라고 한다. 자기 할머니 이름과 같다며 무조건 친근하게 다가오던 외국 친구들도 많았다.
나는 나와 누구를 비교하는 마음은 갖고 있지 않다. 수많은 책의 말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이 바로 비교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비교심이 버리고 싶다고 버려지는 것이라면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문장의 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책에 그런 내용을 썼을 리가 없다. 신기하게도 이 마음은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생기자 자취를 감추었다. 자기 자신을 찾는 떠남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앨리스처럼 삶의 여행을 계속하려고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대책 없는 상황에서도 도망치지 않는 현실적인 소녀다. 앨리스라는 이름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런 것이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호기심이 있어 실행해 보는 과감함 같은 것이다. 그날이 그날인 것이 행복의 조건이길 바라는 소소한 삶이어도 앨리스 앞에 펼쳐지던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사람들을 거부하지 않겠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