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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신 Sep 11. 2024

과거의 내게 하고 싶은 말

이따금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꿈을 꾸던 때가 있었다. 가까운 미래인데, 주로 시험을 치를 때였다. 시험에 합격한 미래의 내가 열심히 합격한 자리에서 뭔가를 하는 모습과 불합격한 내가 상심한 채 풀 죽어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많이 상상한 미래 중에는 아기들이 아직 뱃속에 있었을 때 이 아이를 낳아서 목소리를 듣고 싶다든지, 이 아이와 훗날 여행을 가거나 카페에서 얘기하고 싶은 꿈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현재란 미래의 내가 보낸 시간여행이 아닐까 할 정도로 상상했던 무엇들이 신기할 만큼 비슷하다.


나는 시간 여행을 두 번 하고 싶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내게로,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내게로 여행하겠다. 나는 고등학생인 내게 가겠다. 단순하게 학교 생활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저 여러 교과목들에 대한 공부를 독려하고 싶다. 문학을 전공할 것이 아니므로 서우 문학반 활동은 하지 말 것을,  고등학교 교내 문학회도 조직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그 인간관계가 주었던 피폐함을 피하고 싶다. 오직 폭넓게 독서를 깊게 하고, 영어 원서 읽기를 매일 할 것을 말하고 싶다. 거기까지는 공부 관련이다.


 좋아하던 운동인 농구를 매일 30분씩 하기를, 고3이라 멈췄던 시 쓰기는 계속하기를, 동창들과 우리들만의 소소한 추억들을 더 많이 만들기를 바란다.


부캐가 있는 전업 작가로서 늙어진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내게 하는 말은 이런 것일 것이다. 매일 글을 쓰고, 기회 될 때마다 책을 발행할 것,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부캐를 더욱 전문적으로 개발할 것과 같은 것이다. 나이를 핑계로 새로운 인간관계의 맺음을 귀찮아하지 말 것을, 어떤 공부의 시작을 두려워하지 말 것도 말해주리라. 잊었던 붓을 다시 잡고 화선지에 번져가는 먹물의 농도를 다시 느껴보기를, 옆지기와 함께 매일 1만보를 걸으며 석양이 물드는 하늘을 오래 바라보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상상하는 모든 것들이 다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만 신나는 일이다. 기회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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