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중 배는 우리 조상 대대로 내려온 것 중 무시할 수 없는
과일이다
차례상이나 제사상을 차릴 때에도 홍동백서 조율이시처럼 배는 항상 전통적으로 올려졌다
사과는 달콤하고 시린 맛도 있지만 배는 깎으면
새하얗고 먹으면 달고 시원하다
명절이나 선물로 배 한 상자를 구입해 그동안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을 하는데 보통적으로 사용된다
오늘도 지인 자녀들의 결혼식에 참석한 후 집에
들어와 보니 식탁위어 먹음직스러운 배 하나 가
놓여있다
식탁에 올려진 배는 지금은 너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과일이지만 내 어릴 적에는 조상님 제삿날이나
기일 아니면 설이나 명절 때만 먹어볼 수 있는 아주 귀한
과일이었다
식탁에 놓인 과일인 배를 보노라니 아득한 그 옛날
고향 쵸가집에서 할머님과 어머님이 몸이 아프고
감기가 심하면 병원도 귀하고 돈이 없어 민간요법으로
치료하기 위해 그 당시 비싼 배를 5일장에서 구입해
배위를 칼로 동그랗게 잘라 따뜻한 아랫목 이불속에
넣었다
나무로 달구어진 아궁이불에 구들장이 따뜻해지면
이불속에 보관한 배를 꺼내 칼로 자른 윗부분 뚜껑을
열어 따뜻한 배즙을 수저로 한두수 푼 떠 드시기를
며칠간 반복하셨다
이렇게 며칠씩 고생하시면서 논ㆍ밭에 나가 다시 일을
하시면서 너무나 힘든 인고의 세월들을 보내셨다
지금은 배나 사과 귤 등 모든 과일들이 풍요롭지만
엊그제 같은 수십 년 전에 먹고 싶어도 마음대로
먹어보지 못했던 할머님과 어머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
할머니나 어머님이 지금까지 오랫동안 살아 계셨으면
배뿐만 아니라 맛있는 과일들을 많이 사서 골고루
맛있게 드셔보도록 할 것인데 가난과 손쌀같이 지나간
세월들이 원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