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메리 Jan 16. 2024

한쪽소설-남매여도 동업은 하지 말자.

어느 초딩 남매 사이에 일어난 점프맵 수익 배분 다툼

판사 : 엄마
피고 : 아들 기스차
원고 : 딸 로유
개요 : 게임 사이트 로블ㅇㅇ에 '로유의 점프맵'을 공동으로 개발해 한 달간 약 6만 로ㅇ스(75만원) 수익을 냄. 이에 대한 기여도에 따른 수익 배분 다툼이 있어 심판을 청구함.

지금부터 '로유의 점프맵' 로ㅇ스 수익 분배에 관한 집안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엄마 : 우선 기스차님부터 말씀해 보세요.


아들 : 존경하는 판사님. 저는 수익을 5 대 5로 나누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점프맵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저였고, 안 한다고 하는 로유님을 끈질기게 설득한 것도 저였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셔서 잘 아실 것이라 믿습니다. 무슨 사업이든지 아이디어 제안과 초기에 이끄는 것에 가장 많은 에너지가 쓰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니 5 대 5가 맞습니다.


엄마 : 분명 기스차님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이 점프맵의 시작이긴 했었죠. 이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로유님?


딸 : 네, 그 부분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로드맵을 끝까지 완성한 것은 저였습니다! 한창 로드맵을 만들던 도중 기스차님은 저와 싸우고는 갑자기 짜증 난다며 자기가 만들었던 로드맵 부분을 모두 파괴하고 무책임하게 나가버렸습니다. 자기가 하자고 해놓고 그런 법이 어딨 습니까? 저는 너무 황당했지만 기스차님이 혹시 이런 일을 벌일까 봐 미리 저장해 놓았던 게 신의 한 수였습니다. 기스차님의 그런 무대뽀 성향을 알고 있었기에 망정이니 아니었으면 이 점프맵은 완성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추진력과 무모함은 한 끗 차이라더니 딱 그 짝입니다.


아들 :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제가 만든 부분을 로유님은 저한테 동의 한마디 없이 무단으로 사용했습니다! 제가 분명 삭제하고 나온 건데 저한테 말도 없이 사용했으면 저작권 위반 아닙니까? 이 부분부터 불법입니다!


엄마 : 자자, 진정하십시오. 우선, 기스차님. 그 부분은 저작권 위반에 걸리지 않습니다. 기스차님은 이 점프맵이 완성된 후 자신이 만든 부분이 사용되었다는 걸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지나 불만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서 이미 사용을 허가하였다고 봐야 합니다. 그 후 한 달 동안 점프맵은 성황을 이루었고 그로 인해 기스차님이 기뻐하는 걸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무단 사용을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저작권 문제는 언급하지 마십시오.


아들 : 네...


엄마 : 그리고 로유님은 감정적인 도발은 삼가 주십시오. 여기는 사실에 기반한 재판을 하는 곳입니다. 주의하십시오.


딸 : 네, 알겠습니다.


엄마 : 그럼 로유님이 주장하는 수익 분배는 얼마입니까?


딸 : 저는 7 대 3을 주장합니다. 사실 제 계정으로 만든 점프맵이고 애초에 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기스차님의 공을 제 나름대로 최대한 반영한 비율입니다.


아들 : 뭐? 7 대 3? 도둑놈이 따로 있지! 7 대 3이 뭐야! 진짜 너 이럴래?


엄마 : 자자 진정하세요. 진정!!! 로유님의 주장을 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딸 : 점프맵 만드는 도중 기스차님은 못 하겠다고 그만뒀고, 완성 후에도 기스차님은 한 게 거의 없습니다. 로벅스가 벌리기 시작하자 자기가 주인인 양 행세하기만 바빴지 실질적인 일은 하나도 안 했습니다. 제가 유저들의 컴플레인과 점프맵 오류 처리를 모두 다 했습니다. 그 때문에 얼마나 바빴는지는 판사님이 제일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저 혼자 처리하기 바빠 기스차님께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기스차님은 그거 뭐 할 일이 있냐며 대충 하라며 흘려들었고, 결국 저는 오픈채팅방에서 따로 부방장 관리인을 뽑아야만 했습니다!


아들 : 그래도 그 점프맵을 하려고 오는 사람들은 결국 제가 만든 핵심 부분인 하이라이트 탑을 오르려고 오는 것입니다! 그걸 깨려는 재미가 제일 커서 오는 건데 그게 없었으면 지금 같은 수익도 없었습니다!


딸 : 그것도 맞지만 그 부분이 너무 어렵다는 컴플레인도 제일 많습니다! 그리고 점프맵이 잘 된 이유는 제가 틱톡에 홍보 영상을 올린 효과가 컸습니다! 그 이후 입소문을 타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고요!


엄마 : 이거 정말 판결이 쉽지 않네요. 이런 이유 때문에 모든 사업에서 초기에 계약서 작성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동업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고요. 이 일로 사이좋은 남매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양쪽 이야기는 충분히 들은 같으니 판결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원고 딸 로유와 피고 아들 기스차의 수익은 6 대 4로 하여 로벅스를 배분한다.]


재판이 끝나고, 아들은 결과에 불만을 품고 방에 틀여 박혀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는 로블록스를 안 할 거라며 다른 게임을 한다.

딸은 원하던 7 대 3은 아니지만 어쨌든 자신이 더 많이 얻었으니 승리했다고 생각했는지 기분이 좋다.

그러면서 나에게 다가와 소곤거린다.

"엄마~ 근데 6 대 4는 어떻게 나누는 거야?"

이전 20화 한쪽소설-거가대교는 주정차금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